[기고] 본인 확인 가이드라인 필요하다/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기고] 본인 확인 가이드라인 필요하다/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입력 2015-03-20 00:30
수정 2015-03-20 03: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행정자치부는 지난 2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공공 아이핀 시스템 해킹이 시스템 관리 및 운영에 허점이 있어 빚어졌다고 밝혔다. 아이핀은 유출이 의심될 경우 재발급받거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등록번호보다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 아이핀 사건의 근본적 문제는 과거 민간 아이핀,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건에서 보듯 국내 웹사이트에서 과도하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데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아이핀을 써야 한다면 아주 제한적인 범위로 좁히는 게 옳다.

지난해 9월 당시 안전행정부는 주민등록번호 개선 방안 공청회를 갖고 토론을 벌였다. 신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해야 한다는 쪽은 무작위의 일련번호를 새롭게 부여해 사용하고, 피해 발생 땐 변경이 가능해야 하며, 유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특정 영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하는 쪽은 신규 발급에는 회의적이지만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가능해야 한다고 한다. 신규 주민등록번호 발급의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신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하더라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불법 유출에 대한 사고이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변경한다고 불법유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둘째, 편의성 문제다. 국민 대다수는 주민등록번호가 바뀌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므로 이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고 대혼란만 준다. 셋째,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개편했을 때 신분증 교체와 새 주민등록번호 도입을 위한 행정 시스템 변경에만 최소 6700억원이 들고 금융기관 등 민간에서 부담해야 할 시스템 비용이나 국민 불편 등을 고려한 경제·사회적 비용은 추산조차 어렵다.

현시점에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면 기존 주민등록번호를 아주 제한된 공공 부문에서만 사용하고 아이핀·마이핀 등 대체 번호는 민간 분야에서 사용하며 기존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제한하는 ‘실체인증 보증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 표준으로 규정한 ‘실체인증 보증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인터넷상 본인 확인 수준은 네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다. 먼저 가장 낮은 등급인 LoA1에서는 아예 본인 확인 없이도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LoA2는 본인 확인과 함께 암호학적으로 안전한 인증을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LoA3에서는 본인 확인, 아이디, 비밀번호 외에 스마트폰 등 다른 수단을 추가로 활용하고, LoA4는 본인 확인에 더해 하드웨어 보안토큰까지 사용하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2011년부터 온라인으로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때 LoA3, 4 등급을 쓰도록 하고 있다.

현재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폐지·변경한다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이에 대한 막대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주민번호 체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번호의 수집 및 관리에서 생겼다. 정부는 신규 주민등록번호 체계 구축이 아니라 국내 환경에 맞는 ‘실체인증 보증 가이드라인’ 수립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2015-03-2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