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희 산업부 기자
‘K바이오’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해외 바이오 원료 의존도는 약 80%에 달한다. 천연물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 건강식품, 화장품 등은 천연(생물)자원을 추출해 만드는데, 핵심 원료인 추출물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은 해외 원산지의 절반 이상(51.4%)을 중국에 의존한다. 동아제약의 위염 치료제 스티렌은 국내에서 개발된 천연물신약 1호로 효과도 좋고 부작용이 적어 연간 판매량이 200억원에 달하는 인기 의약품이지만 주성분 원료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판매하는 중국의 저렴한 바이오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판을 뒤집은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국내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 조약인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은 국가의 주권 사항으로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 이용국이 제공국과 공유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해외에서 바이오 원료를 수입해 의약품, 화장품 등을 만들어 팔면 이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바이오 기업 수익과 직결된다. 우리 기업이 로열티로 지불할 금액이 약 15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약 20%씩 성장하고 있다. 로열티 비율 또한 원료 생산국이 정하는 만큼 향후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바이오 업체들이 원료 생산국과 협상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지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산 바이오 원료를 늘려 나가는 것이다.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다면 국산 바이오소재 산업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우리 농업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바이오소재를 판매해 수익이 창출되면 농가 수익에도 기여할 수 있어서다.
식량주권 없는 농업 선진국이 모순이듯 바이오 원료 없는 바이오 강국도 이뤄질 수 없다. 바이오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는 이 시점에 진정한 바이오 강국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2020-12-09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