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언파만파] 코로나 일구, 코로나 십구

[이경우의 언파만파] 코로나 일구, 코로나 십구

이경우 기자
입력 2020-02-23 21:00
수정 2020-02-2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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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1, 2, 3, 4…10’은 항상 “일, 이, 삼, 사…십”으로 읽지 않는다. 시간을 가리킬 때는 뜻을 가지고 읽는 방식을 택한다. ‘1시 10분’은 언제 어디서든 “한 시 십 분”이라고 읽는다. 누군가 “일 시 십 분”이라고 말하면 생뚱맞아 보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

‘한 시’라고 적는 건 흔하지만, 뒤에 ‘분’까지 올 때는 아라비아숫자로 적는 게 원칙처럼 작용한다. 오랜 관습이어서 말은 “한 시 십 분”이라고 해도 표기는 ‘1시 10분’처럼 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 됐다. 이렇게 적어야 익숙하고 전달력도 높아진다는 걸 서로 안다.

그렇지만 말과 글이 달라 조금씩 불편을 겪기도 한다. 거의 매일같이 경험하면서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두루뭉술 넘어갈 뿐이다. 그러다 신경이 곤두서게 되면 시비가 생긴다. “20살이라고 적어도 되는 거야?” ‘20살’이라는 표기가 좀 부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무엇이 반드시 옳다고 답하기 어려워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십 세]라고 말하니 ‘20세’라고 적는 건 거부감이 없는데, [스무 살]이라고 말하고 ‘20살’이라고 적는 건 어색해 보인다”는 말로 마무리되곤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20살’이라는 표기는 수없이 많다. 그리고 ‘1시’를 [한 시]라고 하듯이 [스무 살]이라고 읽는다.

‘스무 살’ 대신 ‘20살이나 20세’라고 적는 데는 시각적 이유도 있다. ‘20’은 일반 문자와 달리 하나의 기호처럼 간결하고 더 강한 전달력을 가져오기도 한다. ‘비타민C’의 ‘C’같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의미를 실어 나른다. ‘퍼센트’보다 ‘%’, ‘센티미터’보다 ‘㎝’가 그러하듯이. 그러면서 영역을 더욱 넓혀 간다. ‘첫 번째’는 ‘1번째’, ‘두 차례’는 ‘2차례’, ‘세 가지’는 ‘3가지’가 된다. 무리한 듯싶은 ‘1달’, ‘2달’ 같은 형태도 나타난다. 누구는 [일달]과 [이달]로 읽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로마자로 이어지면 상황은 조금 더 어려워진다. 소총 ‘M16’을 한글로 옮기면 ‘엠십육’이고, ‘M1’은 ‘엠원’이 된다. 특별히 정해진 규칙은 없고, 10 이상은 우리말로, 10 미만은 영어로 읽는 경향이 있다. 전투기 ‘F16’도 ‘에프십육’, ‘F5’는 ‘에프파이브’라고 발음한다. 한데 ‘5G’는 [파이브지]라고도 하지만, [오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19’는 [코로나 일구]라고 읽는다. 명칭을 만든 정부가 정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5·18’ ‘6·25’를 읽는 방식과 같은 것이다. 숫자가 결합한 용어가 나올 때는 발음 정보를 알려 주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다.
2020-02-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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