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다’를 부정할 땐 ‘아니다’란 낱말을 써서 ‘슬픈 노래가 아니에요’라고 한다. ‘이다’와 ‘아니다’는 서로 반대말인 것이다. 상대를 조금 높이는 ‘-에요’는 반드시 긍정하는 말 ‘이다’와 부정하는 말 ‘아니다’ 뒤에만 붙는다.
‘-에요’란 활용형도 둘만이 공유하며 밀접하게 얽혀 있는 ‘이다’와 ‘아니다’는 의미가 반대인 상대어 관계에 있지만, 품사는 다르게 분류돼 있다. 학교에서는 ‘이다’가 앞말에 붙여 쓰여서 ‘조사’, ‘아니다’는 상태를 나타내니까 ‘형용사’라고 가르친다. 국어사전들도 모두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다른 품사로 분류되다 보니 ‘이다’의 반대말이 ‘아니다’라는 사실은 드러내 보이기 어렵다.
1950년대 후반. 학교의 문법 교과서들이 통일돼 있지 않은 시기였다. 한 대학 입시에서 수험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대로 답을 썼는데도 오답으로 처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대학 교수가 쓴 책의 내용과 맞아야 정답으로 인정됐다. ‘이다’를 하나의 낱말로 인정한 책도, 그렇지 않은 책도 있었던 것이다. 말썽이 나자 당시 문교부는 교육기관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특정 교과서에만 있는 내용은 출제를 피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몇 년간은 지침이 효력을 발휘했지만, 이후 여러 대학에서 이런 문제가 다시 나타나 문제를 키웠다.
학교 문법을 통일하라는 국어국문학회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학교문법통일전문위원회’가 꾸려졌고, 1963년 ‘학교문법통일안’이 마련됐다. 한데 학문적 토론보다 다수 의견을 반영한 선택이었다. 이 안에는 ‘이다’가 서술격조사로 처리돼 있었다. 이후 발행되는 문법 교과서들은 ‘이다’를 서술격조사로 소개한다. 그렇지만 ‘이다’와 ‘아니다’를 ‘지정사’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대상을 지정하거나 밝히는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이렇게 분류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형용사로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밝혀야 하는 문제였다. 급하게 서두를 일도 아니었다. 다수결이라는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밀어붙여 버리고 말았다. 하나의 생각만 강요한 셈이 돼 버렸다.
2020-09-21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