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언파만파]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이경우의 언파만파]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이경우 기자
입력 2021-03-14 20:44
수정 2021-03-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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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지난주 국립국어원이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국어에 관심 있다고 답한 사람은 55.4%였다. 이 가운데 ‘말하기’는 78.5%, ‘언어예절’은 73.9%, ‘맞춤법’은 69.8%, ‘글쓰기’는 69.1%의 관심도를 보였다. 1인 미디어 시대, 소셜미디어 시대 개인이 공적인 영역에 더 노출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특히 더 눈길을 끄는 건 ‘맞춤법’에 대한 결과다. 맞춤법에 대한 관심은 첫 조사인 2005년에는 19.9% 정도였다. 지난 15년 사이 무려 50% 포인트 정도 높아진 것이다.

맞춤법을 잘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맞춤법이 국민들에게 까다로운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맞춤법이 극복의 대상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표기 원칙들을 담은 맞춤법 조문 때문일 수 있다. 이 조문들은 국어생활에서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처럼 제시돼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조문을 보지 않는다. 봐도 어렵다고 한다. 그 결과 뭔가 찜찜하다는 느낌을 갖고, 맞춤법을 실제보다 더 어렵게 생각한다.

국민들이 실제 습득해야 하는 건 맞춤법이 적용된 결과물들이다. 이건 국어사전을 찾으면 다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국어사전을 이용해 맞춤법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고 보면 규정을 보고 원리를 따지고 하는 일은 전문가들의 영역에 속한다.

지금처럼 맞춤법 조문을 모든 이가 알아야 한다는 듯 내보이는 게 적절한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상의 국어생활이 맞춤법 조문을 따지며 이뤄지지 않는다. 규정에 따른 결과들이 중요하고 유용할 뿐이다. 애초 한글맞춤법을 만든 목적은 국어사전에 올리려는 단어들의 표기 원칙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

이번 조사에선 89%가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말 가운데 의미를 몰라 곤란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곤란함을 겪은 말은 전문용어(53.3%), 어려운 한자어(46.3%), 신조어(43.1%)로 나타났다. 언론 매체는 일상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지만 언론 매체에 나오는 전문용어 가운데는 표준화되지 않아 혼란을 주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정제되지 않은 신조어들이 나타나는 예들도 많다.

정부는 각 전문분야 용어를 표준화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용어들이 더 다듬어져서 국민들에게 전달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국가 차원에서 보도용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wlee@seoul.co.kr
2021-03-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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