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이라는 인(因)을 통해 행복이라는 과(果)를 만들어 내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다짐이다. 이른바 ‘100% 대한민국’을 통한 국민행복론이다. 국민통합을 이뤄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니 참 좋은 얘기다. 그러나 한편 공허하다.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에 의한 통합이고 행복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지난주 출범한 국민대통합위원회, 아니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는 그 거창한 간판만큼이나 실망도 크다. 박 후보가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요, 시대정신으로 여긴다면 애당초 다른 건 몰라도 대통합 위원장만큼은 내가 직접 맡겠다고 나섰어야 했다. 티격태격 볼썽사나운 싸움 끝에 할 수 없이 미봉책으로 위원장을 떠맡은 꼴이 됐으니 그게 무슨 원칙이고 소신인가. 한물간 호남 인물을 영입한다고 지역통합이 되고 전향한 좌파 인사를 끌어들인다고 이념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보여주기식 통합은 국민의 눈에는 한갓 정치유희로 비칠 뿐이다.
김종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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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새누리당은 쇄신과 비리, 통합과 봉합이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이상한 동거정당이다. 비리 전력이 있는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대통합 위원장에 임명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친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은 한 전 고문이 수석부위원장으로 내려앉자 슬그머니 물러섰다. 위원장 자리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던 한 전 고문은 내가 뭘 더 바라겠냐며 꼬리를 내렸다. 밸 없는 게도 아니고, 정말 속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 강단으로 도대체 무슨 쇄신을 하고 무슨 통합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인의 카리스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새누리당의 퇴행적인 조직 문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강자 앞에 모두가 두려워 납작 엎드리는 백수습복(百獸?伏)의 세계, 그게 바로 지금 새누리당의 자화상이다.
결국 모든 건 박 후보에게 귀착된다. 통합이든 쇄신이든 박 후보가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그런 기형적 체질에서 누가 어떤 감투를 맡든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박 후보 개인의 ‘명령일하’ 리더십만이 힘을 발하는 판국이다. 그런 만큼 더욱 엄정한 눈으로 박 후보의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 시대의 화두인 국민통합이야말로 그 리트머스 테스트다.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선한 방식으로 풀어 내느냐에 대선의 성패가 달렸다.
문제는 다시 과거사다. 모든 게 과거사 블랙홀로 빨려드는 대선 상황을 우려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건 과거를 잊고서는 한 발자국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박 후보는 5·16과 유신, 인민혁명당 사건에 이어 부마민주항쟁에 대해서도 아쉬운대로 사과를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정수장학회라는 또 하나의 검질긴 과거사가 가로놓여 있다. 진실은 하나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법적으로 장학회에서 손을 뗐으니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입다무는 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박 후보가 뒤늦게나마 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니 다행이다. 법적으로 무관하다는 판에 박힌 형식논리에서 벗어나 어떤 진전된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생각의 혁명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꼭 정서적 울림이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내놓기 바란다. ‘정수’라는 을씨년스러운 역사의 이름을 지워내고 ‘원상회복’ 수준의 사회 환원을 실현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끝내 ‘못난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헛것에 연연한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박 후보 앞에는 ‘가지 않은 길’이 놓여 있다. 모든 걸 버리고 한달음에 그 길로 달려가라. 인정할 것 인정하고 사과할 것 사과하고 내려놓을 것 내려놓고 박정희 딸이 아닌 ‘정치인 박근혜’의 길을 가면 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아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아, 나는 뒷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이제 지긋지긋한 과거사의 동통(疼痛)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이 무슨 죄인가.
jmkim@seoul.co.kr
2012-10-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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