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학부모가 변해야 교육이 산다/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학부모가 변해야 교육이 산다/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3-04-06 00:00
수정 201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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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논설위원
임태순 논설위원
관가에 행복 바이러스가 넘쳐나고 있다. 각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앞다투어 ‘행복’을 정책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박 대통령의 핵심 선거공약이 ‘국민행복’이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늘리기와 지키기’를 통해 ‘함께 일하는 나라, 행복한 국민을 만들겠다’고 했으며, 여성가족부는‘ 여성행복, 가족행복, 국민행복’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다. 교육부도 ‘행복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얼마 전 업무보고를 한 교육부는 그동안 우리 학부모,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행복하지 못했다면서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을 교육정책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교육과 행복과의 결합은 물론 대통령 공약에 부응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가 69.29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바닥인 점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세부적으로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던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구체적 일정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학과 공부 대신 직업을 체험하며 적성과 소질을 찾는다는 점에서 학력 중심의 학교운영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 체육전담교사를 배치하고 학교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등 학교 교육이 지·덕·체에서 체·덕·지로 바뀌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물론 인성교육 강화, 자기주도적 학습 등 낯익은 것도 있지만 중학교 시험과목을 줄이고, 조금은 생소하지만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개발해 능력중심사회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자유학기제, 학업성취도 측정 완화 등은 진보진영 교육감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어서 지난 5년간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교육계에는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현장은 입시, 경쟁, 학력, 성취에서 진로, 인성, 협력, 참여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지만 기성세대는 아직도 학력과 진학 중심의 교육관에 사로잡혀 있다. 진보언론에서는 행복교육으로의 방향 전환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뜨악한 표정이다. 자유학기제만 해도 취지에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국어·영어·수학 시간이 줄고 진로탐색 시간이 늘어나면 학과공부를 벌충하기 위한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중 1 시절 잠시 국·영·수 시간을 줄이고 진로·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게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되련만 진학과 성공, 출세만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눈에는 허송세월로만 비치는 모양이다.

우리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치맛바람을 넘어 ‘기러기아빠’가 나올 정도다. 선행교육과 과외로 인한 사교육비만 해도 연간 20조원 가까이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투자에 비해 효과가 높지 않다. 내 자녀가 최고라는 학부모들의 욕심과 이기주의는 아이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엄친아’로 표현되는, 남들과의 비교·경쟁은 학생들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학교폭력과 성적 중압감에 시달린 어린 자녀들이 자살하고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목숨을 끊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교육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진학은 인생에 있어 하나의 중간 기착지이지 최종 목표가 아니다. 명문대 진학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인내심과 역경을 이기는 힘이 남은 인생에 훨씬 더 유용하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만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성적지상주의에 시달리다 어머니를 살해해 복역하고 있는 고교생이 친구에게 쓴 편지 내용이라고 한다. 학부모들도 이제 자녀와 교육은 물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부모가 되어야 한다.

stslim@seoul.co.kr

2013-04-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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