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위대한 침묵/이순녀 논설위원

[길섶에서] 위대한 침묵/이순녀 논설위원

입력 2010-02-10 00:00
수정 2010-02-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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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삶을 관조하듯 느리게 흐르는 화면 위엔 어떤 인위적인 소리도 덧씌워지지 않았다. 극장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완벽하게 고요했다. 낯설고 불편한 침묵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가라앉으며 서서히 무음의 세계에 동화되는 것을 느꼈다. 2시간 50분의 침묵 여행은 그렇게 내면의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해발 1300m 알프스 산맥의 프랑스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일상을 담은 영화 ‘위대한 침묵’이 소리 없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의 한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단관 개봉한 이래 입소문을 타고 전국 9개 극장에서 8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고 한다. 자급자족하는 수도자들의 생활과 묵언수행을 담고 있지만 종교 영화의 틀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인간 본연의 질문을 던지기 때문인 듯싶다. 무엇보다 말의 해악이 심해지는 시대에 침묵의 가치를 일깨워줬다는 점만으로도 진정 위대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2010-02-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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