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시은(施恩)/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시은(施恩)/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0-04-02 00:00
수정 2010-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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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에는 짐승이나 새들이 은혜를 갚았다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뱀에게 먹힐 뻔한 어린 까치들을 살려 준 선비에게 목숨을 바쳐 은혜를 갚은 까치 이야기, 제비가 다친 다리를 정성껏 치료해 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이야기 등. 채근담에서도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를 잊지 말라.”고 했다. 은혜를 알고 잊지 않고 보답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임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은혜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 가르쳐 주신 선생님, 사랑을 베풀어 준 사람들. 그러나 살면서 은혜를 잊고 의를 저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은혜를 당연시하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 줄 모르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은혜를 원수로 갚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머리 맡에 남은 책을 예전에 신문을 배달해 준 소년에게 전해 주라.”는 법정 스님의 유언이 실현됐다. 사소한 시은(시주 받은 은혜)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스님의 가르침이 더욱 고귀하게 다가온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04-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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