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유년의 추억/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유년의 추억/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0-05-03 00:00
수정 2010-05-03 00: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태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야트막한 집이었지만 마당은 넓었다. 목련, 라일락, 목백일홍,수국이 있어 철마다 꽃이 피고 지고 커다란 밤나무도 있었다. 집 뒤편 개울 건너에 감자 밭이 있었다. 하얀 감자꽃. 할아버지가 지어 거둔 감자는 파삭파삭하고 맛도 좋았다. 할머니를 따라 솔밭에 가서 솔가지를 줍기도 하고 도토리도 주웠다. 철길이 있었고 철교 가까이에 작은 역도 있었다. 아이들은 철로에 귀를 대고 멀리서 기차 지나가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못을 철로에 놓았다가 납작하게 만들어 자랑하기도 했다. 어느날 그렇게 놀던 여자아이가 기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그 아이의 엄마는 너무도 슬프게 울었다. 무서운 개 때문에 진땀을 빼며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던 골목길.

육사 주변 정비사업을 하느라 온 마을이 철거됐다. 유년의 기억은 뚝 끊어진다.

육사 전망대에 올랐다. 반듯하게 잘 정돈된 육사의 전경이 펼쳐진다. 내가 살던 곳은 어디쯤일까 찾아 보았다. 알 수 없었다. 묻혀버린 유년의 추억.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05-0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