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별/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이별/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4-24 00:00
수정 2014-04-2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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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값비싼 물건을 잘 잃어버리면서도, 일단 소유한 물건을 냉정하게 버리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해외 호텔에서 가져온 여행용 지도, 오려놓은 신문조각 등 깊이 애정을 쏟지 않은 물건들도 막상 버리려고 하면 왠지 아쉽고 조만간 필요할 것 같아서 쌓아둔다. 주변이 늘 어수선한 이유다. 쌓아둔 자료는 버리면 꼭 일주일 안에 필요하게 되는 징크스 탓에 더 꺼린다. 최근 정리정돈의 고민은 구두다.

신발을 깨끗이 2~3년 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6개월 만에 헌 신발을 만드는 발에 톱 같은 것이 달린 사람도 있다. 발로 뛰어야 하는 취재기자라서 그렇다고 애써 변명을 하지만 평생 함부로 신발을 신어왔다. 6개월 만에 낡아 버린 구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신발장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더니 이제는 더 쌓을 데가 없다. 사치스러웠던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처럼 해외 브랜드의 값비싼 새 구두도 아닌 발 고린내가 물씬한 낡은 구두가 가득한 신발장이라니…. 여름도 다가오고 고약한 냄새 탓에 미련을 버리고 이별해야 할 텐데, 할 수 있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4-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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