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게 이름/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가게 이름/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6-14 00:00
수정 2014-06-1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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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 음식점 이름이 ‘마이 엑스 와이프 시크릿 레시피’다. 해석하면 ‘이혼한 아내의 은밀한 음식 조리법’이라는 상호다. 미인은 소박을 맞아도 음식 솜씨 좋은 여자는 소박을 피한다던 조선시대적 발상은 스파게티와 수제 햄버거를 파는 가게에는 적용되지 않나 보다. 하긴 미인 헬레네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그리스의 신들까지 편 갈라서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던 고대 유럽을 생각하면 음식은 미인보다 2차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혼한 아내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으면 전 남편이 찾아와서 요리를 먹고 간다는 것인지 메뉴를 샅샅이 훑기도 하고, 이혼한 사이에 음식을 핑계로 서로 만나도 되는 것인지 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들춰 가며 농담을 한다.

재미난 음식점 이름이 많다. 국숫집인데 ‘면사무소’가 있는가 하면, 울산중공업 근처의 방자구이집은 ‘외식 중공업’이다. 돼지고기 구이집으로 ‘탄다무라’(탄다, 먹어라)처럼 사투리를 불교진언처럼 비틀어 쓰는가 하면 ‘저8계 콧9멍’이란 코믹 상호도 있다. 음식을 기다리며 가게 이름을 곱씹어보게 한다면 손님 유치는 성공하지 않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6-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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