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다음 생/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다음 생/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6-05-19 23:32
수정 2016-05-20 00: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절에 다녔던 어머니는 윤회(輪廻)를 믿었다. 사람이 죽은 뒤 지은 업(業)에 따라 지옥도 가고 극락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아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해 덕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소원 중에는 “다음 생에는 꼭 남자의 몸을 받는 것”도 있었다.

“왜 남자가 되길 바라는지”를 굳이 묻지 않아도 한 남자의 아내로, 7남매의 어머니로 살아온 한 여인의 삶이 고단했음을 딸은 잘 알았다. 이 세상 많은 여자들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남자로 거침없이 살아 보리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이에 대해 남자들의 생각은? 마침 한 남자의 생생한 얘기를 듣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그제 ‘묻지마 살인’ 피해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추모 메시지 중 마음에 드는 문구를 인용한 것이라고는 하나 애도의 표현치고는 부적절한 게 사실이다. 정치인이라면 다음 생을 운운할 게 아니라 당장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게 옳은 게 아닌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05-2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