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장애인 주차구역/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장애인 주차구역/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6-05-23 18:16
수정 2016-05-2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급했다. 여느 아침과 달리 서둘렀다. 병원에 들른 뒤 수업에 늦지 않게 딸을 학교까지 태워다 줄 요량이었다. 딸이 전날 감기 기운이 있더니 결막염 증세까지 보였다. 감기라면야 학교에 보내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눈병은 다르다. 전염 가능성 탓이다. 진단에 따라 등교를 결정할 참이었다.

동네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과 같이 쓰는 상가 주차장에 들어갔다. 꽉 찼다. 주차 공간이 없다. 딱 한 군데가 이빨 빠진 듯 비었다. 장애인 주차구역. “이러면 안 되는데”, “잠깐인데”…. 찜찜함과 죄책감이 뒤섞여 오가던 중 결심했다. 빈 곳을 채웠다. 딸 손을 잡고 3층 병원으로 걸었다. 마음은 달리고 있었다. 진료는 30분쯤 걸렸다. 다행히도 전염성이 아니었다. 이젠 학교다.

부리나케 내려왔다. 승용차 앞유리에 웬 흰 종이. “헉! 딱지다.”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10만원 통지서가 꽂혀 있었다. “잠깐인데”라는 안이함과 무책임이 딱 걸렸다. 딸을 학교에 내려주고 구청으로 달렸다. “위반하면 정말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죄송합니다.” 병원 영수증과 통지서 발부 시간을 제시했다. “과태료가 너무 세서요.” 고교생을 둔 한 어머니의 아침 분투기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5-2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