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할머니와 앵두/강동형 논설위원

[길섶에서] 할머니와 앵두/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06-30 22:26
수정 2016-06-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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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앵두나무를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먹어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앵두는 과육에 비해 씨가 유난히 단단하고, 커서 먹기가 성가시다. 하지만 새콤달콤한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퇴근길에 재래시장을 지나가다 앵두가 보여 발걸음을 멈췄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가만히 보니 앵두가 아닌 것 같았다. 가게 주인인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양앵두’라고 했다. 할머니는 “앵두보다 더 달다”며 맛을 보라고 했다. 추억 속의 앵두 맛은 아니었다.

고향집에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6월이면 앵두가 붉어졌지만 익은 앵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내 차지가 되는 건 더 힘들었다. 먹거리가 부족한 탓에 익기도 전에 동네 아이들이 따 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앵두 맛을 볼 수 있었던 건 할머니 덕택이다. 뻘뻘 땀을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가 한알 두알 모아 둔 앵두 한 종지를 내놓곤 했다. 시고도 단 앵두를 아껴 먹고 있으면 그마저도 손위 누이가 뺏어 먹기 일쑤였다. 그러면 할머니가 누이를 나무랐고, 누이는 종종걸음을 쳤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손자 사랑이 유난했던 할머니가 그립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7-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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