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재심의 ‘효용’

[씨줄날줄] 재심의 ‘효용’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5-02-20 23:51
수정 2025-02-2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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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나 사법부의 판단 오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범죄예방과 처벌이라는 법 집행이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험의 불씨를 내재한 탓이다. 형사소송법에서 적법 절차 준수가 필요한 이유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이런 원칙을 소홀히 하면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고문 등 강압적인 수사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죄 인정을 강요했고, 법원은 이를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오판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가 재심이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이를 재심리해 실질적 정의를 추구하는 피해자 권리구제 절차이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제기하는 상소와 달리 판결 확정으로 더이상 다툴 수 없는 경우 동원되는 최후의 구제수단이다. 재심이 받아들여지면 그에 대한 피해 보상도 가능하다.

2000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택시기사 피살 사건의 목격자가 살인자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하다 재심으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25년간 복역했던 20대 여성이 재심으로 올 초 무죄 선고를 받기도 있다. 시국 사건 재심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에서 반국가단체로 처벌한 아람회 사건, 5·18 민주화 사건, 부마항쟁 등이다. 단순한 판결 번복을 넘어 역사적 평가를 새롭게 했다는 의미가 크다.

그제 서울고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법원은 계엄사령부의 수사 과정에서 구타와 전기고문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김 전 부장의 여동생이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행위라는 김 전 부장의 주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가혹행위에 대한 규명은 필요해 보인다.

재심은 사법적 오류 시정은 물론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일깨운다. 차제에 재심 제도의 보완도 기대한다.
2025-02-2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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