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모임에 나갔다. 나이 드신 회원 한 분이 완전히 독무대를 펼친다. 한번 잡은 마이크를 결코 놓지 않고 장광설과 훈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정도면 몇 시간은 참을 수 있다. 문제는 폭탄주 강요다. 몇 번 사양하면 더 집요하게 파고드니 분위기가 엉망인데 본인만 모른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병을 호소하며 극구 사양하자 그가 말했다. “폭탄주 싫으면 소주로 채워.” 모두가 싫어하는 행동을 당당하게 끊임없이 계속하는 이유가 뭘까. 이내 밝혀진다. “걱정 마. 오늘 계산 내가 다 할게.” 안하무인으로 휘두르는 권력의 원천은 두 가지. 나이와 밥값이다. 그 두 가지면 모두가 입 다물 줄 알았던 모양이다. 젊은 회원 한 사람이 못 참고 뛰쳐나가면서 말했다. “이거 뭐 한나라당도 아니고….”
지난 지방선거에 한나라당이 패배한 원인을 두고 말이 많다. 국가정책의 일방적 추진, 소통 부재(不在), 잘못된 공천 등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유가 그중 하나이든 전부이든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이 한나라당을 많이 떠난 건 사실인 것 같다. 그게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내가 매일 만나는 젊은이들은 말한다. “내가 한나라당을 찍어야 할 이유를 말해봐.” 잘 들여다 보면 한나라당 사람들이 다 ‘꼴통’인 건 아니다. 이름을 말할 순 없지만 성격 좋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잘 안 보인다. 눈에 띄는 건 ‘노땅’, ‘고집불통’, ‘안하무인’. 이대로 가서야 한나라당 앞날이 밝지 않다.
그래서인가.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소장파 의원들이 쇄신을 주장한다. 괜찮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젊고 활력 있는 한나라당”을 주문한다. 잘 생각했다. 40대에서 50대 초반의 인사들이 앞다퉈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다. 음, 멋지다. 그러나 왠지 찝찝하다. 쇄신 주장은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세대교체 주창(主唱)은 생뚱맞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쇄신의 내용이 모호하다. 쇄신이란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뜻. 그런데 한나라당의 나쁜 폐단이 무엇인지, 한나라당의 묵은 것이 무엇인지 속시원히 밝히지 않고, 주변만 톡톡 건드리니 답답하다. 국민이 잘 모르니 응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세대교체의 필연성도 설명이 부족하다. 국민의 가슴을 ‘콕’하고 찌르지 못한다. 당연하지. 연출의 의도는 너무 뻔하고, 무대에 선 배우들은 2% 부족하다. 세대교체가 지명한다고 되는 건가.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로 버무려도 세대교체는 권력교체다. 권력은 피를 흘려도 뺏는 것. 주고 싶다고 가는 게 아니고, 받고 싶다고 오는 게 아니다. 이러고도 전당대회의 흥행을 바란다면 순진하달까, 무식하달까. 요즘의 한나라당 정치를 관찰하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연출의 의도대로 성공하면 다행일까. 전혀 아니다. 나이만 덜 먹은 애늙은이를 당의 얼굴로 내세웠다간 “저 당은 어찌 젊은 놈들도 다 똑 같나.”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 순간 한나라당에 희망은 없다. 다음 총선이 참담해지고, 정권 재창출도 물 건너 갈 수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들. 일생에 둘도 없는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에 한번 큰맘 먹고 덤벼보기를 기대한다. 합격의 첫째 조건은 응시고, 당선의 첫째 조건은 출마다. 도전 없이 성공 없고, 혼인 없이 자식 없다. ‘쇄신’이고 ‘개혁’이고 모호한 암호를 나열하지 말고, 누구를 바꾸어야 하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공룡의 실체에 진검으로 박두하라. 오바마가 47세, 케네디가 43세에 미국 대통령이 되고, 블레어가 44세, 캐머런이 43세에 영국 총리가 되었지만 그들이 나이가 젊어서 집권한 것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충 흉내만 내고 과실이나 따먹으려다가는 모두 다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그게 그거니 사실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또 하나의 조건은 단결. 얼마 전 강재섭 전 대표가 한 말에 귀기울이길. “소장파가 세대교체를 하려면 자기희생을 하고 단합해야 한다.” “소장파 모두 자기가 하고 싶어 중간에 흐지부지하기도 하고, 한 명이 나오면 밀어주지도 않는다.” 자기희생 없는 쇄신은 그야말로 공염불이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래서인가.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소장파 의원들이 쇄신을 주장한다. 괜찮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젊고 활력 있는 한나라당”을 주문한다. 잘 생각했다. 40대에서 50대 초반의 인사들이 앞다퉈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다. 음, 멋지다. 그러나 왠지 찝찝하다. 쇄신 주장은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세대교체 주창(主唱)은 생뚱맞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쇄신의 내용이 모호하다. 쇄신이란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뜻. 그런데 한나라당의 나쁜 폐단이 무엇인지, 한나라당의 묵은 것이 무엇인지 속시원히 밝히지 않고, 주변만 톡톡 건드리니 답답하다. 국민이 잘 모르니 응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세대교체의 필연성도 설명이 부족하다. 국민의 가슴을 ‘콕’하고 찌르지 못한다. 당연하지. 연출의 의도는 너무 뻔하고, 무대에 선 배우들은 2% 부족하다. 세대교체가 지명한다고 되는 건가.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로 버무려도 세대교체는 권력교체다. 권력은 피를 흘려도 뺏는 것. 주고 싶다고 가는 게 아니고, 받고 싶다고 오는 게 아니다. 이러고도 전당대회의 흥행을 바란다면 순진하달까, 무식하달까. 요즘의 한나라당 정치를 관찰하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연출의 의도대로 성공하면 다행일까. 전혀 아니다. 나이만 덜 먹은 애늙은이를 당의 얼굴로 내세웠다간 “저 당은 어찌 젊은 놈들도 다 똑 같나.”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 순간 한나라당에 희망은 없다. 다음 총선이 참담해지고, 정권 재창출도 물 건너 갈 수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들. 일생에 둘도 없는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에 한번 큰맘 먹고 덤벼보기를 기대한다. 합격의 첫째 조건은 응시고, 당선의 첫째 조건은 출마다. 도전 없이 성공 없고, 혼인 없이 자식 없다. ‘쇄신’이고 ‘개혁’이고 모호한 암호를 나열하지 말고, 누구를 바꾸어야 하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공룡의 실체에 진검으로 박두하라. 오바마가 47세, 케네디가 43세에 미국 대통령이 되고, 블레어가 44세, 캐머런이 43세에 영국 총리가 되었지만 그들이 나이가 젊어서 집권한 것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충 흉내만 내고 과실이나 따먹으려다가는 모두 다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그게 그거니 사실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또 하나의 조건은 단결. 얼마 전 강재섭 전 대표가 한 말에 귀기울이길. “소장파가 세대교체를 하려면 자기희생을 하고 단합해야 한다.” “소장파 모두 자기가 하고 싶어 중간에 흐지부지하기도 하고, 한 명이 나오면 밀어주지도 않는다.” 자기희생 없는 쇄신은 그야말로 공염불이다.
2010-06-24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