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70년 동안 중국과 일본의 충돌은 수면하에서 그나마 잠잠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3차 내각을 꾸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경화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헌법 개정을 시도해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국가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침략 전쟁의 잘못을 반성하는 과거사에 얽매여 있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반대로 중국은 과거 서구 열강에 당했던 침략과 능욕의 역사를 앙갚음이라도 할 듯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의 시대를 굳히려 하고 있다. 중국 최남단 하이난도에 항공모함과 잠수함 기지를 완성하고 450㎞ 남쪽에 있는 서사제도에는 군함 정박과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군사시설이 오래전 완공했다. 이제는 그 밑 남쪽인 남사제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한반도 주변뿐만 아니라 동남아의 해상교통로 장악을 겨냥하고 있다. 일본도 1976년부터 견지한 잠수함 16척 체제를 22척 체제로 증강시켜 규슈 남쪽 해저에 상시 8척을 동원시켜 잠복시킬 작정이다.
광복 70주년을 보내며 겨우 쌓아 놓은 번영의 토대가 군비경쟁에 휘말리면 동북아 관련 국가 모두에 손해다. 한국이 주도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꿈을 말하고 설득해야 하는 시간을 맞고 있다. 한국은 올해 남북관계를 풀어 보려고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통일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통일의 길을 가려면 동북아 평화의 구도와 궤를 같이해야 한다. 동북아 평화에 대한 크나큰 비전을 함께할 때 상생하는 통일 정책이 된다. 중국과의 관계는 그럭저럭 편안하니 한·일 관계를 조속히 풀어 나가야 한다. 우선 한·중·일 3국이 모여 군비경쟁의 대립을 줄이고 현상 체제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남북 간 철도를 연결하는 문제는 남북 간뿐 아니라 주변국들에도 경제적 효과가 큰 사안이기 때문에 시베리아와 중국, 북한, 한국 그리고 일본까지도 연결할 수 있는 큰 꿈을 그려야 한다. 전력 문제도 그렇다. 한국에서 전력 문제가 발생하면 섬이나 다름없는 지리적 형국이다. 전력망을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일본과 연결할 때 진정한 ‘동북아 평화 번영의 꿈’이라는 큰 틀의 기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파격적인 발상으로 꿈을 꾸지 않으면 실현의 가능성마저 아예 없는 것이다. 꿈은 때로 황망할 수 있지만 꿈이 있어야 지혜가 모인다.
왜 한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꿈을 능동적으로 꾸어야 하는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국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꿈을 꿀 수 있는 국력이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 국민 스스로가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높은 평가를 받는지를 잘 모르는 것이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다. 두 번째는 침략을 하고 조공을 받는 패권국가 지향의 역사가 없는 한국의 꿈은 설득력이 있다. 종전 70년을 맞이해 중국은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빈부의 격차, 인권의 문제, 정치발전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도 전후 매년 경제 기적의 기록을 경신했던 나라지만 경제침체에 우경화와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 기회가 오는데 큰 꿈을 그리지 못하면 샌드위치의 한국이 될 것이다.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꿈을 통일대박의 생각과 궤를 같이해서 그려 나가야 한다.
2015-01-10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