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희호 여사가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 광복 70돌을 딱 열흘 앞둔 날이다. 방북 시점이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남북 관계가 오랫동안 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있다. 방북이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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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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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이 여사는 세 번째 방북 길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 낼 때가 첫 번째 북한 방문이었다. 두 번째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조문을 위한 평양 방문이었다. 이 여사는 당시 상주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남측에서 김 제1위원장을 최초로 만난 인물이 이 여사였다. 이 여사가 이번에 김 제1위원장을 만나면 재회다. 남쪽 인사 어느 누구도 김 제1위원장을 두 번 만난 사람은 없다. 재회한다면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온갖 억측이 난무한 남한 사회에서 그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사의 방북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여사의 방북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남북 관계가 오랫동안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구도를 풀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여사 방북길이 대결 구도를 푸는 밀알이 될 수 있기에 기대치가 있다
이 여사 방북의 포인트는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 여부다. 개인적인 일정보다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이 직접 초청했기에 이 여사 방북은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때의 인연이기에 이 여사 일행을 예우해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서도 아버지 때의 남측 인사를 잘 대접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좋다. 대외적으로 이 여사와의 만남이 자신의 안정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기회도 될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북측의 특성상 깜짝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이 특정 시간에 이 여사가 머무르는 백화원초대소를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 여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길 바란다.
마침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사흘 전 동교동을 비공식 방문한 것을 주목한다. 김 제1위원장의 남북 관계 전환을 위한 메시지도 받아 오길 기대한다. 이 여사를 통해 당장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교환될 필요가 있다. 비공식 대북 접촉은 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 여사의 메신저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임기 동안 남북 관계의 실질적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제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이 여사 방북을 징검다리로 해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의 광복절 경축사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고위급 회담 제안 등이 담기길 기대한다.
내년부터 총선과 대선이 줄줄이 있는 정치 일정상 남북 관계 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간, 이른바 ‘골든타임’이 올 하반기밖에 없다는 것을 누누이 말해 왔다.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도 대내외적으로 안정감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여사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일대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
94세 이 여사가 고령의 몸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온다. 현실적으로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는 방북이다. 그렇기에 이번 방북이 의미 있는 성과 속에 이뤄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은 고령의 이 여사가 평양 어린이들에게 목도리만 걸어 주고 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행기로 오가는 아쉬움, 육로를 통해 휴전선을 넘는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선물 보따리를 들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이 여사의 발걸음이 가볍길 바란다.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
2015-08-0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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