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패커드(HP)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크 허드가 성추문 스캔들의 상대자인 전직 배우 출신 여성에게 엄청난 사업 기밀을 누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HP 이사회는 허드를 축출하면서 성희롱과 회계보고서 조작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면서 “그러나 이사회의 허드 축출은 지난 2008년 HP의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스(EDS) 인수와 관련된 비밀 계획의 누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허드의 스캔들 상대인 조디 피셔의 변호인 글로리아 올레드가 회사 측에 보낸 비밀 서한의 내용과 HP의 허드 조사 내용을 입수한 WSJ는 허드가 2008년 3월 말께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피셔와 만났을 때 EDS 인수와 관련된 계획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HP는 139억달러 규모의 EDS 인수 계획을 그해 5월까지 기밀에 붙였었다.

　또한 허드가 피셔를 성희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회사 측은 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줬지만,회사가 고용한 조사관의 조사에 따르면 허드는 수많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이사회에서 그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게 됐고,결국 축출로 이어지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령,허드는 이사회에서 피셔가 과거 포르노 영화를 찍은 배우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조사 결과 허드는 그녀의 포르노 영화가 게시돼 있는 ‘에로틱 포유 닷컴’과 같은 웹사이트에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허드는 개인적으로 피셔와 친분이 없다고 말했으나,피셔의 변호인이 보낸 서한에 첨부된 8장짜리 미팅 기록에 따르면 허드는 미국은 물론,스페인과 일본 등지의 호텔에서 그녀를 무수히 만난 것으로 드러났으며,성희롱으로 의심할 만한 행동도 있었다고 한다.

　회사 측은 EDS 인수 기밀 누설 의혹 등 피셔 변호인 측의 주장을 공개하지 않았지만,그의 사퇴와 관련된 자료를 연방 규제기관에 보낼 때는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WSJ는 덧붙였다.

　당초 허드에 대한 성희롱 주장이 근거 없다고 판단했던 이사회 멤버들은 여러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균열되기 시작했고,결국 그를 사퇴시키기로 결정했으나 이사 중 2명은 끝까지 반대 의사를 표시했었다고 한다.

　HP에서 전격 사퇴한 허드는 곧바로 오라클 공동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