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본군 난징대학살서 30여만 군민 살해”

시진핑 “일본군 난징대학살서 30여만 군민 살해”

입력 2014-03-30 00:00
수정 2014-03-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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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 참상…역사 망각하면 영혼 병들어”…독일서 일본 맹비난

유럽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독일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난징(南京)을 점령하고 30여만 명 이상의 자국 군·민을 살해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일본의 ‘과거사’를 맹비난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일본 과거사를 이처럼 강하게 비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양국의 역사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0일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30만 이상이 학살됐다고 숫자를 밝힌 데 대해 “숫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중국 지도자가 제3국에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은 비생산적인 일로 극히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28일(현지시간) 저녁 쾨르버 재단에서 공개강연을 하고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에 걸친 중국역사를 조망하는 과정에서 “일본군국주의가 일으킨 중국침략전쟁으로 중국 군·민 3천500여만 명이 죽거나 다치는 ‘인간 참극’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참극의 역사는 중국인민에게 뼈에 새길 정도의 (강한) 기억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이 시각 나도 모르게 중국인민들이 존경하는 독일인 친구가 생각난다. 바로 라베”라며 “70여 년 전 일본군국주의가 중국 난징시를 침략해 30여만 명의 중국 군·민을 도살하는 전대미문의 참상을 저질렀는데 그 순간에 라베는 다른 10여 명의 외국인들과 ‘난징안전구’를 만들어 20여만 명의 중국인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존 라베’(혹은 욘 라베)로 알려진 그는 중국에서는 ‘중국판 쉰들러’ 혹은 ‘중국인의 영웅’으로 존경받는다.

시 주석은 “라베는 자신의 일기에 대도살 내막을 상세히 기술했고 이는 당시 역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증거가 됐다”며 독일에 감사를 표했다.

이날 강연의 마지막 대목에서도 일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시 주석은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라며 “귀국의 총리 브란트(빌리 브란트)는 예전에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영혼에 병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과거를 망각하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前事不忘, 后事之師)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前事不忘, 后事之師’이라는 표현은 난징대학살희생동포기념관(난징기념관)에 걸려있는 대표적인 문구로, 사실상 일본의 반성을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도통신 등은 이날 시 주석의 ‘난징대학살 희생자 30만명’ 발언 등을 비중있게 전하며 양측의 난징대학살 관련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은 이날 강연에서 중국 국방예산에 관한 질문에 “매우 정상적인 것이다. 중국같이 이렇게 큰 대국의 국방건설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절대로 ‘국강필패’(國强必覇·국가가 강해지면 패권을 추구한다)의 길을 걸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그러나 우리는 아편전쟁 이후 서방 열강들의 견고한 함선과 날카로운 대포 아래 노예가 되고 식민지가 된 역사적 비극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며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자위를 위한 국방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자국 국방예산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힌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중국의 평화발전의 길’을 강조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중국을 심지어 ‘메피스토펠레스’(중세서양의 파우스트전설에 나오는 악마)에 비유하며 언젠가는 세계영혼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며 “허무맹랑한 말이지만 여기에 여전히 몰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자(老子)의 ‘大邦者下流(대방자하류)’라는 문구를 거론하며 ‘대국은 마치 강과 하천의 하류지역에 있는 것처럼 천하의 온갖 지천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중국의 개방적·포용적 자세를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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