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함대’ 책 시판 전부터 주목, ‘사이버 진주만 공격’
“미국이 자랑하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가 갑자기 상공에서 폭발해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철통 같은 보안체계를 자랑하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전산망 침투도 한 아시아 대국 해커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다. 곧이어 평화로운 하와이 섬도 점령당한다.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사실상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F-35기 추락 원인은 원격조정되는 중국제 마이크로칩 때문으로 드러났다. DIA 전산망 침입도 별볼일없는 정원사의 휴대전화를 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사이버 진주만 습격”(cyber Pearl Harbor)이라고 표현하면서 상황의 위급함을 잇따라 보도했다.
위기에 직면한 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전쟁을 끝내려고 원자탄 개발 계획(맨해튼계획)을 추진한 것처럼 실리콘 밸리의 해커들의 지원으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한다. 또 하와이 주민들도 힘을 합쳐 중국 침략군에 대항해 무장 반란을 일으킨다…….”
공상과학 스릴러처럼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는 이런 시나리오는 뉴아메리카재단(NAF) 소속의 40대 유명 미래학자인 피터 싱어가 곧 발간할 예정인 ‘유령함대: 3차 세계대전 가설’(Ghost Fleet: A Novel of the Next World War)의 한 대목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이런 종류의 가상 시나리오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온 국방부의 엘리트 군인들이 싱어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설정한 제3차 세계대전의 시나리오를 담은 이 책이 시중에 나오기도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저자의 권위 때문이다. 이 책은 WSJ 전직 기자 오거스트 콜과 함께 썼다.
오랜 국방부 근무 경력과 군사 분야에 대한 심층 연구 등의 ‘무기’를 지닌 저자 싱어는 오래전부터 드론(무인기), 로봇, 사이버보안 등이 새로운 전쟁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그의 예측은 현실로 드러났다.
이 덕택에 그가 펴낸 두 권의 저서는 이미 육. 해·공군이 공식 참고서적으로 선정됐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새 저서도 똑같이 참고서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언론과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수백 쪽에 이르는 방대한 주석을 단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미국의 취약성이다.
최근 미 연방인사관리처(OPM) 전산망에 대한 중국의 해킹에서 보듯이 중국 해커들은 그동안 백악관, 방위산업체, 정부 비밀자료 등을 손쉽게 침입해 자료를 빼냈다.
싱어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런 취약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경험하지 못한 참패를 공중전과 해전에서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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