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 “히잡이 문제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에 대한 시각이 문제”
미국 시카고 인근의 기독교 명문대학 휘튼칼리지가 무슬림 공동체에 종교적 연대감을 보여주기 위해 강림절 기간(성탄절 이전 4주)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착용하겠다고 선언한 흑인 여교수에게 징계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복음주의 기독교계 사립 교육기관인 휘튼칼리지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정치학과 래리샤 호킨스 교수가 최근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계에 대해 발언한 내용이 신학적으로 중대한 혼란을 불러왔다”며 전날 호킨스 교수에게 공무 휴직 처분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기독교도인 호킨스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기원이 같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같은 하나님을 섬긴다. 무슬림도 기독교도인 나와 마찬가지로 ‘성서의 사람들’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파리 테러와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기 사건 이후 더욱 눈총을 받고 있는 있는 무슬림에 연대감을 표하기 위해 성탄절까지 학교에서는 물론 대외 행사에 참여할 때와 연휴에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갈 때, 교회에서도 히잡을 두르고 있겠다“고 선언했다.
호킨스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복음주의 교단의 거두이자 휘튼 칼리지 동문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97)도 유사 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 유일신을 믿고 있으나 두 종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교직원의 발언이 복음주의 신앙에 기초한 대학의 정체성에 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학 필립 라이큰 총장은 ”호킨스 교수에 대한 징계는 ‘히잡’ 때문이 아니라 그의 발언 때문“이라면서 ”무슬림 또는 차별과 박해를 받는 또다른 종교 집단에 대한 관심과 우려의 표현으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는 것 자체를 대학이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익명의 교직원으로부터 이 발언에 대한 판단을 의뢰받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BC방송은 ”호킨스 교수는 이 대학에 유일한 흑인 여성 종신직 교수"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대학 측 입장에 동의하는 그룹과 호킨스 교수를 지지하며 복직을 요구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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