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자살률 일반보다 7배 높아


서호주의 주도 퍼스의 해 질 녘 풍경. 인도양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킴벌리 지역의 면적은 남한의 약 4배인 40만㎢로, 200㎞ 간격으로 언어권이 바뀐다. 호주의학저널(MJA)은 28일 보고서에서 이 지역 원주민들의 자살률이 다른 호주인들의 7배 이상일 정도로 자살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킴벌리의 자살자 125명 가운데 102명이 원주민이다.
연구진은 지역 원주민 인구가 2011년 조사에서 약 1만 4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간 10만명 당 74명꼴로 자살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는 호주 전체 원주민의 21.4명에 비해 3배 이상, 비원주민의 10.3명에 비해 7배 이상 많다.
자살자의 68% 이상은 30세 미만이며, 28%는 20세 미만이다. 자살을 생각한다거나 자해를 하는 등 자살 행동에서는 15~24세 연령층이 가장 많았으며, 25~34세가 뒤를 이를 정도로 젊은층 사이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이들 원주민은 자해할 가능성이 다른 호주인보다 최대 20배에 이른다.
지난 3월에는 10살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마저 일어났다.
킴벌리에서 주기적으로 진료하는 정신과 의사로 보고서 공동저자인 머리 채프먼은 “자살로 이끄는 데는 가정폭력이나 어린 시절의 심리적 외상, 성적 학대, 음주 폐해와 같은 일들이 느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일간 가디언 호주판에 전했다. 원주민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취업도 안 되는 등 매우 열악한 생활 여건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의 또다른 저자인 애니타 캠벨은 “오지 사회는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젊은 사람의 자살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2일 총선을 앞둔 호주 정치권에서도 이 지역의 자살 예방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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