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美 금주법으로 태동해 ‘건강음주’ 흐름된 무알콜맥주
1920년대 미국서 주류 유통 금지하면서 무알콜 맥주 생겨나
금주법 폐지 뒤 사라졌다가 1970년대 무슬림 선물로 부활
코로나19 계기로 ‘맛과 건강’ 동시 추구 음주 문화 확산
개인 주량·취향 따라 ‘모두가 즐기는 술자리’에 도움 줘
한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탭을 통해 맥주를 내리고 있는 모습. PIXABAY 제공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자연스레 맥주 시장에서도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중요시하는 소비 문화가 퍼지고 있다. 다른 제품들과 다르게 온라인 구입이 가능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무알콜 맥주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음식점과 대형 마트, 편의점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엔하이저부시가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윈우드에 만든 양조장 ‘베자 수르’(Veza Sur)에서 주민들이 크래프트 비어를 즐기고 있다. 지효준
이 법은 13년 만인 1933년에 폐지됐지만 미국을 넘어 세계 주류 시장 전반에 변화를 만들었다. 술을 못 만들게 된 양조장들은 냉장 유제품과 탄산수 등 대체품을 개발·판매했고 의료용 알콜을 생산하기도 했다. ‘버드와이저’(Budweiser)를 만드는 엔하이저부시(Anheuser Busch)는 알콜 도수를 당시 법정 기준인 0.5% 이하로 낮춘 니어 비어(Near Beer)를 판매했다. 일부 양조장은 소비자들이 무알콜맥주에 주입기로 알콜을 직접 주입해 마시는 니들 비어(Needle Beer)까지 내놓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미국 금주법 시행 당시 뉴욕에서 경찰이 적발한 밀조주를 찾아내 하수도에 쏟아 버리고 있다. 소후닷컴 캡처
요즘은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들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제품을 찾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이에 부응해 수많은 양조장들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무알콜 맥주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벨기에의 ‘브뤼셀 비어 프로젝트’(Brussels Beer Project)에서 만드는 피코 벨로(Pico Bello), 영국 ‘빅드롭’(BIG DROP BREWING)의 밀크 스타우트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양조장들이 뛰어난 맛과 향을 지닌 무알콜 맥주를 선보이면서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벨기에의 ‘브뤼셀 비어 프로젝트’(Brussels Beer Project)에서 만드는 무알콜 맥주 피코 벨로(Pico Bello). 지효준
맥주는 알콜이 들어간 발효 제품이기에 술에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 이는 아무리 맥주를 마셔도 취하지 않지만, 다른 이는 맥주를 한 모금만 마셔도 취기가 오른다. 그래서 필자는 무알콜 맥주의 발전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언젠가 대한민국에서도 각기 다른 주량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맥주를 골라 마시며 함께 즐기는 미래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영국 양조장 ‘빅드롭’(BIG DROP BREWING)이 내놓은 무알콜 맥주 ‘밀크 스타우트’. 지효준
지효준은: 1995년생. 중국 베이징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맥주의 맛 뒤에 숨겨진 경제와 사회, 문화의 매력을 발견하고 각국을 돌며 ‘세상의 모든 맥주’를 시음·분석·정리하고 있다. ‘글로벌 맥주 플랫폼’을 꿈꾸며 다양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맥주가 ‘폭탄주’ 용도로만 쓰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맥주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데 젊음을 건 ‘맥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