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 끝낼 새 지도자 필요”… 젤렌스키 “광물협정 준비됐다”

美 “전쟁 끝낼 새 지도자 필요”… 젤렌스키 “광물협정 준비됐다”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5-03-04 01:57
수정 2025-03-0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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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카드’로 우크라 압박

트럼프 측근들, 영토 양보까지 언급
협상장 나오도록 퇴진 거론 ‘양면술’
“평화협정 선행돼야 경제협정 체결”
러 “유럽 지원 탓 전쟁 장기화” 주장
젤렌스키 “美 믿어”… 사과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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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파행’ 뒤 유럽 정상들 만난 젤렌스키
‘백악관 파행’ 뒤 유럽 정상들 만난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우리의 미래 보장: 우크라이나·유럽 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회담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일리에 볼로얀 루마니아 대통령 권한대행, 젤렌스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런던 AP 뉴시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의 ‘노 딜’ 파국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인사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퇴진은 물론 영토 양보까지 언급하며 거세게 밀어붙이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원조 중단도 고려 중인 미국은 일단 체결 직전 실패한 광물협정에 선을 그었지만 종국엔 젤렌스키 대통령이 스스로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양면 압박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시사했다.

그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2차대전 승리를 이끌고도 1945년 총선에 패배하자 물러난 것을 언급하며 전쟁을 이유로 임기가 지났음에도 집권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비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의 개인적·정치적 동기가 자국 내 전쟁 종식과 다르다는 게 분명해지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NBC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사임을 거론하며 “그가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다른 누군가가 나라를 이끌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으나 지금은 불확실하다”며 현재 광물협정이 더이상 협상 테이블 위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평화협정이 없으면 경제협정은 불가하다”며 “경제협정의 필수조건은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평화협정을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러 정상 위주로 추진하게 될 종전 구상에 사실상 백기를 들라고 압박한 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힌 유럽 국가들을 비난하며 “전쟁을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유럽 주요국 정상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 긴급 정상회의가 “평화와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파국으로 끝난 미·우크라이나 회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 ‘전례 없는 사건’을 잘 알고 있다”며 “젤렌스키의 외교적 능력 부족을 보여 준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미·우크라이나 회담 ‘노 딜’ 이후 광물자원 개발 등 경제적 이익을 고리로 하는 미러 관계 재정립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CNN은 전망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젤렌스키를 싫어했던 역사가 미 외교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비리 조사를 압박했지만 관철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후폭풍 수습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며 안간힘을 썼지만 백악관이 요구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2025-03-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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