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한 농담은 부하 직원들을 억지웃음으로 지치게 해 번아웃 증상을 악화시킨다. 123rf
유머로 직장 분위기를 띄우려던 노력이 역효과를 내 신뢰를 잃고 승진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상사의 재미 없는 농담이 잦으면 부하직원의 억지웃음으로 에너지 고갈로 이어져 번아웃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피터 맥그로 교수와 애리조나대 케일럽 워런 교수, 호주 멜버른대 애덤 바스키 교수는 지난 25일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를 통해 직장에서의 유머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지적했다.
많은 경영 관련 자료를 보면 직장에서의 유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타인의 호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팀을 결속시키고 창의성을 끌어올리며 나아가 리더십 자질까지 드러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웃기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농담이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예상외로 크다는 점이다.
한 연구 결과 유머를 적절히 활용한 관리자는 자신감 있고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아 조직 내 지위가 올라갔다. 반면 유머 시도가 빗나갔을 때는 같은 관리자가 지위와 신뢰를 동시에 잃었다.
별도 연구에서는 실패한 농담이 관리자의 입지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부하직원들이 그를 존중하거나 조언을 구하거나 리더십을 믿을 가능성까지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지나치게 자주 농담하는 상사 때문에 직원들이 억지로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해 심리적으로 지치고 직무 만족도가 낮아지며 번아웃 증상이 심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에게는 이중 잣대 탓에 위험 부담이 더욱 크다. 여성이 발표 중 유머를 구사하면 남성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고 직급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일이 잦다.
결론적으로 훌륭한 농담이 승진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엉터리 농담 한 마디가 직장 생활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재미있는 사람이 되려 애쓰기보다 ‘재미있게 사고하는 법’을 익히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고정관념을 뒤집고, 협업을 통해 혁신하며,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면 사무실 내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으면서도 참신한 해법을 제시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