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잇단 임금 인상 허와 실
미국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실업률 하락 등 미 경제가 순풍을 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 폭에는 훨씬 못 미쳐 ‘무늬만 인상’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왼쪽)와 유통기업 월마트(오른쪽)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압박에 따라 소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생계 유지를 위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업체들은 시간당 9~10달러 선의 최저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저임금 노동자들은 시간당 15달러는 돼야 생계를 꾸릴 수 있다며 맞서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계기로 일리노이·아칸소 등 5개 주에서 주민 찬반 투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한 뒤에도 뚜렷한 움직임이 없자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월마트·맥도날드 등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워싱턴DC·뉴욕 등 전역에서 임금 인상 시위를 벌이며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이들의 요구에 부응해 먼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한 곳은 월마트다. ‘노동력 착취’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던 월마트는 지난 2월 미국 내 정규직·비정규직 매장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4월부터 시간당 9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올릴 예정이다.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깨달은 점은 직원들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주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마트에 이어 타깃·TJ맥스·마셜 등도 최저임금을 올리기로 했으며, 페스트푸드 업계 최초로 맥도날드가 임금 인상에 동참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1일 미국 내 직영 매장 종업원 임금을 오는 7월부터 10% 이상 올리고, 추가 수당과 유급 휴가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맥도날드 CEO는 “의욕적인 직원들이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임금 인상 조치는 매출 상황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임금 인상은 미국 내 1만 2500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논란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직영 매장에 국한되고 10% 인상은 1달러 정도 오르는 것이라 미미하다”며 “본사의 임금 인상 조치가 프랜차이즈 업주들에게도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 온 노동계는 연방정부 기준인 10.10달러가 아니라 15달러 수준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임금 인상 수준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소한 생계 유지를 위해 15달러까지 높여야 한다며, 오는 15일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동맹파업과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뒤 각 주와 도시마다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의 시위와 맞물리고 있다”며 “연방정부와 주정부, 기업, 노동자 간 입장 차가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5-04-08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