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군사훈련 놓고 ‘괴담’ 일파만파…정치인들 가세
미국에서 미군 특수전 사령부의 군사훈련 ‘제이드 헬름 15’를 둘러싸고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이 음모론은 ‘연방 정부가 정적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텍사스 주에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히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 등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공개로 언급하고 백악관과 국방부가 해명에 나서면서 ‘인터넷 괴담’이 정치 쟁점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음모론은 미군 특수전 사령부가 7월15일부터 8주간 미국 서부지역에서 군사훈련 ‘제이드 헬름 15’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곳은 캘리포니아·네바다·유타·애리조나·콜로라도·뉴멕시코·텍사스 등 7개 주다.
이들 가운데 텍사스와 유타 주는 ‘적색’으로, 뉴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주들은 ‘청색’으로 표시된 훈련지도가 공개된 게 발단이 됐다.
보통 군 훈련에서 가상 적군은 적색으로 표시하는 게 관례라는 점에서 텍사스와 유타 주가 가상 적군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텍사스와 유타 주가 보수적인 공화당이 장악한 지역이라는 점이 보태졌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색깔은 ‘붉은 색’이기 때문이다.
텍사스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는 음모론 사이트 ‘인포워스’를 통해 이번 특수전 군사훈련을 “군대와 경찰이 합세해 텍사스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우익 블로거들은 앞다퉈 공화당 장악 지역인 텍사스·유타를 공화당 색깔인 ‘적색’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인 캘리포니아·네바다·콜로라도에는 민주당을 나타내는 ‘청색’으로 표시한데 의문을 제기했다.
연방 정부가 의도적으로 공화당 장악 지역을 ‘적대적’(Hostile)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을 ‘호의적’(Permissive)로 표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애봇 텍사스 주지사다. 그는 주방위군 사령부에 공문을 보내 “군사훈련 기간 동안 텍사스 주민들이 안전과 헌법적 권리, 시민 자유권이 침해받는 것을 예의주시하라”고 지시했다.
루이 고머트 텍사스 주상원의원도 “훈련지도에 표시된 적대 지역이 총기 휴대와 신앙의 자유를 신봉하는 텍사스 주라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거들었다.
급기야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도 국방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번 군사훈련은 새로운 전쟁 전술이지 시민들이 불안해할 요소는 하나도 없다”면서 “이번 훈련과 관련해 텍사스 주가 요구하는 어떤 정보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동안 정치·사회적으로 수많은 음모론이 등장하고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 화제가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최근 미국 정치가 협상과 타협 대신에 불신과 증오에 휩싸여 ‘치킨게임’(마주 달려오는 열차와 같은 극한대결)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언론들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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