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금명 통과시킬 듯…남은 관건은 무역조정지원제도 향배오바마와 사실상 반대입장 섰던 힐러리 난감…대선영향 주목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사회생했다.미 상원이 23일(현지시간) TPP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한 토론종결 투표를 실시해 찬성 60표, 반대 37표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공화당(의석수 54석)에서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지고 민주당(46석)에서 일부가 합세하면서 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토론종결이 공식 확정됨에 따라 상원은 30시간 이후 언제든 TPA 부여 법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할 수 있게 됐다. 반대 의견이 없으면 곧바로 투표를 할 수 있다.
하원과 달리 상원(100석)에서는 법안을 심의·표결하기에 앞서 토론종결을 위한 절차투표를 실시해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상원이 금명 중 TPA 부여 법안에 대한 표결을 할 예정인 가운데 이날 토론종결을 지지한 의원 60명은 사실상 찬성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여 법안 통과는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TPA 부여법안이 상원의 관문을 넘으면 곧바로 행정부로 이송되며,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찬성 218표, 반대 208표로 TPA 부여 법안을 일찌감치 처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TPA 권한을 갖게 되면 교착국면에 놓여 있는 현행 TPP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 협상을 7월 중 마치고 연말까지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속협상권’으로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미 의회가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오직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TPP 협상 조기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TPA 부여법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을 의식한 ‘친정’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앞선 상·하원 표결에서 TPA 부여법안이 각각 한 차례씩 부결되면서 구겼던 체면을 어느 정도 살리게 됐다.
아울러 자신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의 속도도 다소 늦출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민주당은 당혹한 상황에 부닥쳤다. 사실상 당론으로 반대했음에도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공조로 TPA 부여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TPA 부여 법안의 연계 안건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 없이 TPA 부여법안만 통과된 것이어서 더욱 난감한 입장이다.
TAA는 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이직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은 TAA를 지지하면서도 TPA 부여법안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지난 12일 하원 표결과정에서 TAA 안건을 전략적으로 부결시킨 바 있다.
물론 상원이 TPA 부여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상·하원이 TAA 안건도 심의, 처리할 예정이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화당 의원 상당수는 현재 TPP를 지지하고 TPA 부여법안에 찬성하면서도 TA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안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과 반대 입장에 섰던 터라 직·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반대파와 호흡을 맞춰왔다. 그는 앞서 지난 14일 아이오와 주 유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펠로시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원 동지들의 말을 듣고 협력해야 한다. 약한 협상결과가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가능한 한 최상·최강의 협상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향 수정’을 촉구했다.
재임 중 TPP를 지지해 온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을 앞두고 최대 지지기반 중 하나인 노동계 표를 의식해 현재 TPP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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