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격범, 거리·탄도 치밀한 계산…‘살상력 극대화’ 노렸다

美총격범, 거리·탄도 치밀한 계산…‘살상력 극대화’ 노렸다

한준규 기자
입력 2017-10-08 22:34
수정 2017-10-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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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명 사망 라스베이거스 총격

증거물 중 숫자 적은 메모 발견
호텔방서 정확한 사격 미리 계획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기를 난사해 58명을 살해한 스티븐 패덕(64)이 살상력을 극대화하려고 범행 장소에서 표적까지의 거리와 탄도를 계산한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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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참사 희생자 추도식… 슬픔에 빠진 유족들
총기 참사 희생자 추도식… 슬픔에 빠진 유족들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 희생자인 잭 비튼의 친지들이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세인트엘리자베스 앤드 세턴 성당에서 추도식이 끝난 뒤 서로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비튼은 23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라스베이거스에 왔다가 아내 로리 대신 총 수십 발을 맞고 숨졌고, 그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1일 밤 은퇴한 회계사 출신인 스티븐 패덕이 라스베이거스의 야외 콘서트장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58명이 숨지고 489명이 다쳤다.
베이커스필드 AP 연합뉴스
CNN은 8일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패덕이 자동소총을 난사한 라스베이거스의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 방 창문으로부터 지상의 음악축제 공연장에 모인 인파까지의 거리와 탄도 등을 계산한 숫자를 적은 메모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메모는 호텔 방에서 발견된 23정의 총기와 탄약 및 자살한 패덕의 시체 등 증거물 가운데서 발견됐다. AP통신도 호텔 방에서 발견된 일련의 숫자가 정확한 사격을 위해 계산한 것이라는 게 수사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또 미 연방 법집행기관을 포함한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패덕이 범행 전 며칠 동안 성매매 여성을 불렀으며 수사요원들이 몇 명의 성매매 여성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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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라스베이거스 총격범 스티븐 패덕 AP 연합뉴스
美 라스베이거스 총격범 스티븐 패덕
AP 연합뉴스
경찰은 이번 범행을 패덕의 단독 범행으로 공식 발표했다. 클라크카운티 경찰국의 케빈 C 맥머힐 부국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패덕이 지난 1일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그의 방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창문 두 곳이 깨진 점과 패덕의 휴대전화 충전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조력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패덕이 유일한 총격범(슈터)임을 확신한다. 두 번째 총격범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은 호텔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패덕이 묵은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 스위트룸에 들어간 다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냈다. 패덕의 휴대전화 충전기도 사건 현장에서 찾아냈다. 맥머힐 부국장은 “패덕이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는지와 다른 사람이 그의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등은 계속 수사할 부분으로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패덕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진 게 없다”고 답했다. 패덕은 은퇴한 회계사 출신으로 조종사 면허증과 소형 비행기 2대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을 좋아했지만 그것이 이번 범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또 패덕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 에릭 패덕은 CNN에 “형에 대해 가족들이 알고 있는 정신적 문제나 정치적 동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IS) 등 해외 테러조직과의 연관성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 당국은 설명했다. ISIS는 사건 발생 직후 라스베이거스 총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며, 총격범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주장했으나 관련된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의 총기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미총기협회(NRA)가 이번 참사에 사용된 범프 스톡(Bump Stock)에 대한 규제를 직접 요구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프 스톡은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처럼 연사가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부품으로, 라스베이거스 총격범인 패덕이 이번 대량 살상에 사용했다.

NRA 웨인 라피에르 부대표 등은 “라스베이거스 참사 관련 보도에서 총기를 변형하는 데 사용된 특정 장치가 거론되고 있다”며 “NRA는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처럼 작동하도록 해 주는 장치는 추가적인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발표했다. NRA는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미국 내 최대 로비단체로 특히 공화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세력이기도 하다. 백악관도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와 관련한 논의에 열려 있다”면서 “우리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덕은 지난 1일 밤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 객실에서 지상의 야외 콘서트장에 모인 관람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 5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489명을 다치게 했다.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패덕이 묵은 호텔 객실에서는 12정의 반자동 소총을 포함해 모두 24정의 화기류 등이 발견됐다. 패덕은 많은 총기를 사흘 동안 10개의 소형 여행가방에 나눠서 객실로 반입했고, 객실 앞 복도 등에 개인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덕은 총격 직후 범행 현장인 호텔 객실에서 자살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7-10-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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