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보육원 11억원 로또 당첨됐는데 갱단 “무기 살 돈 내놔”

멕시코 보육원 11억원 로또 당첨됐는데 갱단 “무기 살 돈 내놔”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1-24 07:45
수정 2021-11-2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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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가 대통령 전용기로 쓰던 비행기를 중고로 매각하면서 발행한 ‘비행기 로또’. 바크로프트 미디어 캡처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멕시코 정부가 대통령 전용기로 쓰던 비행기를 중고로 매각하면서 발행한 ‘비행기 로또’.
바크로프트 미디어 캡처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멕시코의 한 보육원이 2000만 페소(약 11억 2780만원)의 로또 당첨금을 받았다가 갱단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원생 부모들이 마을을 떠나 숨어 지낸다고 영국 BBC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 전용기로 쓰이던 비행기를 중고로 매각해 병원 장비를 구입하는 기금 모금을 하려 했으나 실용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대두되자 ‘비행기 로또’를 만들었다. 500페소를 내고 복권을 구입해 당첨되면 익명의 수혜자, 예산 지원이 부족한 학교와 보육원에 기탁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2000만 페소씩을 거머쥐는 당첨자 100곳 중에 남부 치아파스주 오코싱고의 한 원주민 마을에 있는 작은 보육원이 포함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보육원 원생은 20여명인데 일년 전 현지 신문들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처음에는 축하 세례가 쏟아졌는데 얼마 안 있어 로스 페툴레스란 갱단의 위협이 시작됐다. 이들은 이웃 마을의 라이벌 갱단을 공격하는 무기를 사는 데 쓰겠다며 당첨금을 양보하라고 협박했다.

멕시코에서는 갱단이나 무장집단들이 관할권을 빌미로 현지 주민을 단원으로 채용하거나 무기 살 돈을 뜯어내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부모들은 거절했고 대신 보육원 건물의 지붕을 교체하는 데 당첨금 일부를 썼다. 올해 들어 갱단의 위협은 더욱 잦아졌는데도 부모들은 나머지 1400만 페소를 마을 개선사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한 원생 아버지가 당첨금을 넘기라고 요구하는 갱단 단원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상황이 더욱 나빠져 갱단이 여성들과 아이들을 공격했다는 소문이 퍼져 28가구가 결국 마을을 등지게 됐다. 학부모 회의의 한 회원은 “소들도, 집도, 냉장고도, 옥수수와 콩들도, 닭들도 다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가족들의 대변인은 당국에 신고했다면서도 갱단이 무장을 해제하고 해산하지 않는 한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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