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24명 장·차관직 박탈… 권력 찬탈
입법·사법·행정 전권 장악, 거리엔 군인들
수치가 이끄는 NLD 의원 수백명도 구금
수치 석방 촉구 등 국제사회 비판 이어져안보리 긴급 소집 관련 사항 논의하기로

양곤 로이터 연합뉴스
현금 인출 위해 줄 선 시민들
지난 1일 미얀마 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가운데 수도 양곤의 마트와 시장마다 사재기가 시작됐다고 외신들이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양곤 시내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시민들이 현찰을 인출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양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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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군부는 전날 저녁 국영TV 발표를 통해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고,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했다. 수치 고문이 겸임했던 외교장관에는 테인 세인 정부에서 일했던 운나 마웅 르윈 전 외교장관이 다시 돌아왔다. 재무·국방·내무부 장관 등도 새로 임명됐다.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의원 등 수백 명도 쿠데타 이후 군부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NLD 집행위원회는 이날 당 관계자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미얀마 및 군부 역사의 오점”이라며 구금자들에 대한 신속한 석방 조치와 함께 이번 주 시작할 예정이었던 의회 개최를 촉구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수도 양곤에선 인터넷과 전화선이 끊기고, TV 방송국의 방송마저 중단되며 많은 시민들이 마트와 시장에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가디언은 쿠데타 이후 “쌀, 기름, 라면을 사려는 사람들이 상점에 줄지어 섰다”고 보도했다. 시내 은행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도 인파가 이어졌지만, 통신이 끊기면서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 현금 인출이 불가능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물량이 바닥났다.
거리에는 군인들이 배치됐고, 공장 등에선 출입 통제를 하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출근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양곤에 본부를 둔 한 비정부기구(NGO) 직원은 “거리는 평온했지만, 공중에 공포와 불안감이 떠돈다”고 했다. 현재 인터넷이 일부 복구됐지만, 대부분 제조업체의 급여일인 5일까지 은행 전산망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가 군사 통치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얻은 연약한 민주적 과실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도 쿠데타에 충격을 표하며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고문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관련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엔은 이번 쿠데타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이 더 침해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미얀마 라카인주에는 수용소에 사실상 감금된 12만명을 포함해 총 60만명의 로힝야족이 남아 있다”며 “이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고, 기본적인 의료·교육 서비스도 제한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2-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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