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신성한 나무 안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추방 위기에 몰린 러시아 인플루언서 알리나 파즐리바(가운데)와 남편 안드레이 파즐리브(왼쪽)가 6일 덴파사르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덴파사르 AFP 연합뉴스
덴파사르 AFP 연합뉴스
알리나 파즐리바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만 8000명에 이르는데 2019년 섬의 남서쪽 타바난 리젠시의 바바칸 사원 안에 있는 페이퍼바크 나무 안에 들어가 나체로 사진을 촬영했다. 남편 안드레 파즐리브가 촬영했다. 페이퍼바크 나무는 나무껍질이 마치 흰색 종이처럼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 그녀는 “끝없는 사슬의 일부가 됐다”며 사진설명에 나무를 껴안을 때 “우리 조상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적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 본섬과 달리 발리섬 주민들은 힌두교를 숭배해 모든 사물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나무나 산 같은 것도 신이 깃든 곳으로 여긴다.
최근 발리의 힌두교 사회에선 파즐리바의 인스타그램 사진에 발칵 뒤집혔다. 사업가 닐루 디엘란틱이 현지 경찰에 고발했다. 파즐리바는 경찰에 출두하기 전 남편과 함께 현지인 남성을 찾아 “용서를 빌었다”고 했다. 현지 당국에도 잘 협조했고, 디엘란틱에게도 접촉해 사과하려 했지만 결국 추방을 피하지는 못할 것 같다.
현지 일간 타임스 말타에 따르면 발리 이민국의 자마룰리 마니후룩 국장은 “두 사람 모두 공중질서를 위험에 빠뜨리고 현지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점이 증명됐다. 따라서 그들은 추방으로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커플은 이 사찰 관리인 쿠르냐 위자야와 함께 정화 의식에 참여했는데 그는 이렇게 하는 행동이 “나무의 신성을 깨끗이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둘은 적어도 6개월은 인도네시아 입국이 금지된다고 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금은 개인용으로 전환됐는데 “커다란 실수를 했다”고 사과한 뒤 “발리에는 신성한 장소가 참 많다. 하지만 그 모두가 알려주는 표지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 장소를 제대로 대하고 전통을 존중하는 데 (표지판을 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적었다.
와얀 코스터 발리주 지사는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관광객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만 200명 가까이가 이 섬에서 쫓겨났는데 대부분은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였다. 지난달에도 캐나다 배우 겸 자칭 참살이 구루(영적 스승)가 성스러운 바투르 산 정상에서 벌거벗은 채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전통 춤 하카를 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나돌아 발리섬에서 추방 위기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