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대형 쇼핑가 ‘싼리툰’ 가 보니
신장 면화 제재 동참 H&M 매장 ‘썰렁’아디다스·유니클로는 쇼핑객 안 줄어
中이 생각하는 전략적 가치 반영된 듯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대형 쇼핑가 싼리툰 내 H&M(사진)과 유니클로. 두 매장 모두 중국 누리꾼의 불매운동 대상이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대형 쇼핑가 싼리툰 내 H&M과 유니클로(사진). 두 매장 모두 중국 누리꾼의 불매운동 대상이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H&M이 신장산 면화 사용을 금지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면화 지속 생산을 위한 비영리단체 ‘BCI’가 강제노역을 이유로 신장 제품 승인을 중단하자 이 단체 회원사인 H&M과 나이키(미국), 아디다스 등도 이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6개월이 다 돼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H&M을 콕 집어 ‘공격’ 좌표로 설정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2일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30개국이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대중 제재에 돌입하자 공청단은 이틀 뒤 웨이보(중국산 트위터)를 통해 “유언비어로 신장 면화를 제재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번다? 허황된 망상”이라는 글과 H&M 성명서를 함께 올렸다. 웨이보에는 전광판이 뜯겨 나가고 매장문을 닫으라며 시위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올라왔다.
반면 이날 아디다스 매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인산인해’까지는 아니었지만 상당수 중국인이 거리낌없이 쇼핑을 즐겼다. 유니클로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불매운동 대상이 맞나 싶을 정도다. 중국의 국가별 대응에 ‘온도 차’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H&M만 호되게 ‘여론재판’을 받는 것일까. 중국이 생각하는 전략적 가치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스웨덴에서 수입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로 대체가 가능하다. 스웨덴이 현 시대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나라도 아니다”라면서 “지금 중국에게 스웨덴은 (일본·독일과 달리) 꼭 필요한 나라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글 사진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1-03-29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