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ERT 방송재개 가처분 결정

그리스 연립정부가 공영방송을 재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19일 다시 논의하기로 함에 따라 연정 붕괴위기는 모면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연정을 구성한 사회당, 민주좌파 당수들과 긴급 회동을 하고 공영방송사인 헬레닉 방송사(ERT)의 잠정 폐쇄안이 의회 승인을 받을 때까지 임시로 방송을 재개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AP통신과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마라스 총리는 전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동에서 수정안을 논의했으며 ERT를 대체할 공영방송 개국 전까지 공영방송을 유지하는 방안을 19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11일 국제 채권단이 요구하는 재정 긴축 조치의 하나로 ERT를 기습적으로 잠정 폐쇄하자 연정 내 좌파정당들이 강경하게 반대해 연정 붕괴 우려까지 제기됐으나 일단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사마라스 총리는 연정 회동에서 직원을 새로 고용해 프로그램을 줄인 방송을 재개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법원이 즉각 방송재개 결정을 내림에 따라 19일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재개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그리스 행정법원은 전날 정부의 ERT 폐쇄조치는 불법이라며 즉시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놨다.

다만 법원은 그리스 정부가 ERT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연정 내 좌파정당인 사회당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수는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ERT가 이른 시일 안에 전면 방송 재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연정 내 소수 정당인 민주좌파의 포티스 쿠벨리스 당수는 “법원의 결정은 우리의 입장과 같은 것”이라며 “누구도 공영방송을 폐쇄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재무장관은 “조만간 방송이 재개될 것”이라면서도 ERT의 구조조정은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일간지 에펜디티스가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ERT 폐쇄를 반대하는 비율이 68%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전날 의회 밖에서 시리자 지지자 수천명이 참여한 집회에 나와 “사마라스 총리는 이제 끝났다”며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에펜디티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49%)과 조기총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47%)이 팽팽하게 맞섰고 정당 지지도는 여당인 신민당이 20.2%에 그쳐 시리자(20.0%)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ERT 직원들은 유럽방송연맹(EBU)의 도움을 받아 본사 건물에 머무른 채 자체 인터넷 방송을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