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때 일본인 폭행 피해…길거리 응원 자제해야”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러시아 조별리그 경기와 관련 현지 교민들의 안전 유의를 촉구하는 주의문을 발표했다.대사관은 16일(현지시간) 교민들에게 배포한 주의문에서 “러시아인들과 함께 대형 스크린을 통한 단체관람이나, 길거리 응원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하고 “특히 경기 도중 또는 경기 종료 후 일부 과격한 러시아 축구팬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H조 조별 리그 1차전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18일 새벽 2시(한국 시간 오전 7시)에 열린다.
이진현 주러 대사관 총영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뒤 러시아 과격 축구팬들의 난동으로 모스크바 거주 일본인들이 구타를 당하는 등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교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주의문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때는 러시아가 일본에 0-1로 지자 모스크바 시내에서 야외 응원을 펼치던 러시아 팬들이 분노해 주변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지르고 인근 상가와 식당의 창문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에 쫓겨 흩어진 일부 훌리건들은 베트남인 기숙사로 몰려가 유리창을 부수고 동양인들을 폭행하는 등 행패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과 시민 등 2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교민 정모씨는 “2002년 월드컵 때는 일-러 전이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에 열려 많은 사람이 야외 응원을 펼쳤지만 이번 한-러 전은 새벽 시간대에 치러져 야외 응원 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응원 열기도 그때만큼 뜨겁지 않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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