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메르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메르켈

입력 2014-11-19 00:00
수정 2014-11-1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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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갈등’에 우호관계 메르켈마저 등 돌려… 푸틴, 獨방송 인터뷰서 “나토가 新냉전으로 몰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관계에 극심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메르켈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호주 로위 국제정치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듭 비판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면박에 가까운 태도를 드러냈다. 최근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기보다 오히려 등을 보인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몰도바, 그루지야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어 “세르비아와 다른 서쪽 발칸 국가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동유럽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독일을 잃어 서방 내에서 완전히 고립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이런 분위기를 방증했다. 잡지는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해 온 독일이 (러시아의) 핵심 동맹이 될 것이란 푸틴의 착각은 박살 났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지난 15일 독일과 러시아가 상대방의 외교관을 맞추방한 사실을 다시 거론하며 이때부터 양국 정상 간 불길한 징조가 엿보였다고 전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우크라이나가 16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동부 반군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며 독일의 강경한 태도에 기름을 부었다고 해석했다.

독일의 달라진 행보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16일 독일 공영방송인 ARD와 이례적으로 단독 인터뷰를 하고 메르켈 총리와 독일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러시아를 신냉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독일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유럽, 나아가 전 세계와의 관계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체 외국 정상들과의 통화 중 4분의1을 메르켈 총리에게 할애할 만큼 각별한 관계를 이어 왔다. 푸틴 대통령이 옛 동독 드레스덴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메르켈 총리가 학생 대표로 러시아를 방문했던 인연 외에도 독일이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35%가량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대러시아 투자액이 220억 달러(약 23조 5000억원)에 달하는 배경 때문이다.

일각에선 메르켈 총리의 바뀐 태도를 독일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서 생길 생채기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의 균열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 군사 제재보다 경제 제재를 주장하며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풀어 가자는 촉구는 그나마 따돌림을 받는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배려라는 뜻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11-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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