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앞을 보느냐는 남성 여러분의 헌혈에 달려 있어요”

“제가 앞을 보느냐는 남성 여러분의 헌혈에 달려 있어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1-10 17:12
수정 2020-01-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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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건강보험 NHS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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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력을 유지하느냐 잃느냐는 남성 여러분이 얼마나 많이 헌혈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많이들 해주세요.”

영국 브리스톨에 사는 조 대니얼스(31)는 자가면역 질환인 스젤겐 증후군(Sjorgen‘s syndrome)을 앓고 있어 언제 시력을 잃을지 모른다. 이 증후군은 40~60세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데 눈과 침이 자꾸 마른다.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대니얼스는 4주에 한 번 꼴로 아무 것도 안 보이고 흐릿하게만 보이는 상태에 이른다. 지난 성탄절 때 갑자기 이 증상이 도져 눈앞이 캄캄했다. 직장은 잃는 것은 물론, 어린 딸이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 낙담했다.

치료 방법은 매일 혈청을 눈에 넣는 것이다. 남성의 피에는 높은 함량의 철 성분이 들어가 있어 남성 피로 혈청을 만든다. 여성은 임신 중 항체를 만들어내 신생아에게 수혈하는 등의 영향으로 혈액 제제를 만들기가 어렵다.

헌혈 말고는 다르게 남성 피를 얻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지난해 잉글랜드의 헌혈 기증자 가운데 남성은 41%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연말에 막바지 수단으로 남성 헌혈 기증자의 혈장으로 만든 혈청을 써본 뒤 극적으로 상황이 나아졌다. 한 시간에 한 번씩 혈청을 넣으면 앞을 볼 수 있다.

대니얼스는 “남성들이 충분히 헌혈하지 않으면 이 치료 방법을 쓸 수도 없어 다시 시력을 잃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BBC가 10일 전했다.

영국 건강보험(NHS) 혈액이식원(NHSBT)은 올해 남성 헌혈을 26% 늘려 젠더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영국에서 지난해 처음 헌혈을 한 여성이 100명이라면 남성은 70명 밖에 되지 않았다. NHSBT에서 기증자 관리를 하는 마이크 스트레더 국장은 “올해 6만 8000명 이상이 헌혈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남성 혈액은 사람을 살린다든지 각별하게 쓰일 수 있지만 우리는 충분한 새 남성 기증자를 갖고 있지 못하다. 가능한 한 많은 기증자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젠더 균형을 잘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NHSBT는 매년 영국 전역의 환자를 위해 매일 6000 유닛을 비롯해 매년 140만 유닛의 헌혈 혈액을 필요로 한다. 매년 더 이상 헌혈을 할 수 없는 이들과 교체하기 위해 13만 5000명의 새 기증자를 찾아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잉글랜드의 남성 기증자 숫자가 24.8% 줄었는데 여성은 6% 밖에 줄지 않았다. 겸상(鎌狀, 낫 모양) (적)혈구(sickle-cell) 질환을 앓는 이가 계속 늘고 있어 흑인 기증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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