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권총 방아쇠 당기기 직전까지 그림 그린 곳 찾았다

반 고흐 권총 방아쇠 당기기 직전까지 그림 그린 곳 찾았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29 10:39
수정 2020-07-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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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얼마 전까지 그렸던 ‘나무 뿌리들’을 그린 곳으로 추정되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한 언덕배기를 찾은 반데르 빈 반 고흐 재단 과학국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AFP 연합뉴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얼마 전까지 그렸던 ‘나무 뿌리들’을 그린 곳으로 추정되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한 언덕배기를 찾은 반데르 빈 반 고흐 재단 과학국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AFP 연합뉴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1890년 7월 27일(이하 현지시간) 그의 가슴에 총을 쏴 극단을 택했다. 그리고 이틀 뒤 세상을 등졌다.

그는 당시 ‘나무 뿌리들’이란 마지막 작품을 채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그림은 대단히 인상적인 나무 뿌리들을 캔버스에 옮긴 것이었는데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한 그의 작품 900여점 가운데 마지막 명작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30년이 되는 날, 이 그림을 그린 장소가 생애 마지막 70일을 머물렀던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의 오베르쥬 라부(Auberge Ravoux) 여관에서 150m 떨어진 언덕배기로 밝혀졌다고 영국 BBC가 28일 전했다. 반 고흐 재단의 우터 반데르 빈 과학국장이 1900년부터 1910년까지 발행된 엽서 속 나무 그림이 반 고흐의 작품과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코로나19 봉쇄로 격리돼 있던 스트라스부르 자택에서 봉쇄가 일부 풀리자 지난 5월 급히 파리로부터 북쪽으로 몇 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을 찾아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28일 조촐한 기념 행사를 이 마을에서 열었다고 했다. 행사에는 에밀리 고르덴커 반 고흐 박물관 관장, 빈센트의 남동생 테오의 증손자인 윌렘 반 고흐가 함께 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 가운데 하나인 ‘나무 뿌리들’. 반 고흐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 가운데 하나인 ‘나무 뿌리들’.
반 고흐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1900년부터 1910년까지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에서 발행한 그림 엽서. 오른쪽이 반 고흐의 ‘나무 뿌리들’과 아주 비슷한 것으로 보여 그가 마지막 극단을 선택하기 직전까지 이곳을 화폭에 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 고흐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1900년부터 1910년까지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에서 발행한 그림 엽서. 오른쪽이 반 고흐의 ‘나무 뿌리들’과 아주 비슷한 것으로 보여 그가 마지막 극단을 선택하기 직전까지 이곳을 화폭에 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 고흐 박물관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반데르 빈 국장은 “(둘의) 비슷한 점이 내겐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봉쇄돼 당장 현장에 달려갈 수 없었던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박물관에 알렸고, 연구자들이 엽서와 그 언덕배기를 대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루이 반 틸보르그와 테이오 메덴도르프 두 연구자도 맞는 장소가 특정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메덴도르프는 “우리 견해로는 반데르 빈이 특정한 장소는 맞는 장소일 가능성이 아주 높고 이건 인상적인 발견”이라며 “더 면밀히 조사해 엽서에 그려진 것보다 얼마나 더 나무들이 자랐는지, 과거에 반 고흐의 그림 속 뿌리 모양과 얼마나 닮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게 확인되면 그의 마지막 예술 작업이 훨씬 각별하고 극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그림이 반 고흐의 유작인지는 분명치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테오의 처남 안드리에스 봉거는 반 고흐가 죽던 날 아침에도 태양과 생명들이 무수히 자라나는 숲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편지에 적었기 때문이다. 이 점을 봤을 때는 이 작품이 고인의 유작일 가능성이 있다. 반데르 빈 국장의 엽서 가설도 그가 죽기 몇시간 전까지 이 그림에 매달리고 있었음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반 고흐가 그린 햇볕은 저녁이 저물 무렵까지 마지막 붓질을 했음을 암시한다. 극단적 선택으로 막을 내린 극적인 그날 하루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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