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소설 ‘천명’ 재출간…“홍길동 모델 홍계남 일대기”

이병주 소설 ‘천명’ 재출간…“홍길동 모델 홍계남 일대기”

입력 2016-05-26 07:21
수정 2016-05-2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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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뒤늦게 재조명된 나림(那林) 이병주(1921~1992) 작가의 역사소설 ‘천명: 영웅 홍계남을 위하여’(나남)가 다시 출간됐다.

마흔이 훌쩍 넘은 늦은 나이에 언론사 주필을 거쳐 등단해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등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긴 이병주는 생전에 문단에서 홀대받았으나 최근 몇 년간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에 따라 1970∼1980년대 출간해 인기를 끌었다가 절판됐던 작품들이 잇따라 재출간됐으며, 나남 출판사는 ‘정몽주’, ‘정도전’, ‘허균’ 등 역사소설을 다시 펴냈다.

이번에 재출간한 ‘천명…’은 작가가 1980년대 한국일보에 연재했다가 198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원제는 ‘유성(流星)의 부(賦)’였다. 900쪽에 달하는 분량이 2권으로 묶였다.

임진왜란에 의병장으로 참전해 무공을 세웠으나 나중에 자신과 같은 서자 출신을 보살폈다는 이유로 역모죄를 뒤집어쓴 비운의 장수 홍계남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홍계남을 ‘홍길동전’의 실제 모델이 된 인물로 보고 출생에 얽힌 비범한 사연에서 시작해 일생을 서자라는 신분의 벽과 싸우며 삶을 개척해나간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이야기를 따로 소설로 쓸 만큼 허균에 각별한 관심을 쏟은 작가는 ‘홍길동전’과 홍계남 장군의 관련성을 소설 속에 직접 설명해 놓았다.

“…서출의 아들이 어렸을 때 겪어야 했던 대목은 홍계남 장군의 소싯적 얘기와 물론 내용이 일치된 것은 아니나 촉발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니 ‘홍길동전’을 쓰게 한 충동의 원천이 홍계남 장군에 있었던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서출의 아들, 뛰어난 재질, 비범한 무용, 그러나 그 웅지 중도에 산화한 일생을 음미할 즈음에 허균은 홀연 ‘홍길동전’의 상을 얻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은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기술된 짤막한 홍계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는 여러 야사와 구전설화, 상상을 뒤섞어 16세기 조선의 사회상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긴 분량의 역사소설이지만, 촘촘하고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와 구전 설화를 들려주는 듯한 구성진 문체, 풍부한 감정 묘사로 술술 빠르게 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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