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든 65세 꽃할배들, 청춘을 연주하다

기타 든 65세 꽃할배들, 청춘을 연주하다

유대근 기자
입력 2016-10-23 23:06
수정 2016-10-2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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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고 동기’ 8인조 밴드 K-45

6년 전 졸업 40주년 공연 계기
매달 모여 연습… 재능기부 계획

서울 경복고 45회 졸업 동문으로 구성된 ‘K-45 밴드’ 멤버들이 23일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밴드는 경복고 45회 졸업 동문 7명과 키보드를 맡은 박금주(왼쪽 네 번째)씨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서울 경복고 45회 졸업 동문으로 구성된 ‘K-45 밴드’ 멤버들이 23일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밴드는 경복고 45회 졸업 동문 7명과 키보드를 맡은 박금주(왼쪽 네 번째)씨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신명 나게 한번 놀아 볼까요?”

23일 오후 서울 강남 노보텔앰배서더 호텔 뮤직바에 8인의 노신사와 숙녀가 모여 악기를 들었다. 100여명의 관객 앞에서 시동을 걸듯 기타와 드럼, 키보드 등의 음을 몇 번 맞춰 보더니 강렬한 비트로 영화 ‘친구’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를 연주했다. 힘이 넘치는 보컬과 드럼, 경쾌한 일렉트로닉 기타 음은 젊은 밴드 공연과 견줘 에너지가 덜할 게 없었다. 서울 경복고 45회(1970년 졸업) 졸업 동기생들이 뭉쳐 만든 ‘K-45 밴드’다. 이날 공연은 밴드의 정기 연주회였다.

65~66세인 K-45 멤버들은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비영리단체 임원, 색소폰 연주가 등으로 여전히 현역이다. 고령의 동창생 등 8명이 모여 밴드를 결성한 건 환갑을 한 해 앞둔 2010년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고교 졸업 40주년 행사 때 기념공연을 해 보자며 뜻을 모았다. 이들이 입학할 때 경복고는 경기고, 서울고와 함께 ‘서울 3대 명문고’였다. 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이성열(65)씨는 “고3 때도 공부는 좀 덜하고 학교 밴드 활동을 할 정도로 푹 빠졌었다”면서 “가수로 활동했던 방송인 임성훈(44회)씨와 이수만(46회) SM엔터테인먼트 회장도 배출할 만큼 당시 경복고 학생들에게는 끼가 있었다”며 웃었다.

무대에 설 때마다 또래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K-45밴드의 인기 비결은 발군의 연주 실력과 선곡에 있다. 보컬인 조흥필(65)씨는 “우리 세대가 10~20대 때 들었던 팝송과 가요 등을 주로 연주한다. 우리도, 관객들도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K-45 밴드 멤버들은 매달 한 번 이상씩 모여 연습을 한다. 조씨는 “다들 일로 바쁘지만 연습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면서 “평생 돈 버느라 바빠 음악 욕심을 억눌러 왔지만 발동이 걸리니 다들 참을 수 없어한다”고 말했다.

‘80살이 될 때까지 음악활동을 하자’고 약속한 밴드 멤버들은 아직 꿈이 남아 있다. 보컬인 이민식(65)씨는 “지금까지는 정기공연 등을 위주로 1년에 한두 번 합주를 했지만 앞으로는 재능기부 등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평생 열심히 일하며 사회에 기여했지만 앞으로는 음악으로 세상을 달래 주고 싶다는 것이 나이 든 밴드 멤버들의 욕심이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6-10-2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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