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변해도 사랑은 그대로…창작뮤지컬 ‘베르테르’의 20년

작품은 변해도 사랑은 그대로…창작뮤지컬 ‘베르테르’의 20년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0-24 11:00
수정 2020-10-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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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연 이후 꾸준히 수정 작업거쳐 발전
20주년 공연 새달 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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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20주년 뮤지컬 ‘베르테르’ 속 한 장면. 롯데 역의 이지혜(왼쪽)와 베르테르 역의 카이가 애틋한 사랑과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CJ ENM 제공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20주년 뮤지컬 ‘베르테르’ 속 한 장면. 롯데 역의 이지혜(왼쪽)와 베르테르 역의 카이가 애틋한 사랑과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CJ ENM 제공
한 사람만을 향한 뜨겁고 간절한 사랑, 베르테르의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이 아름답고 애잔하다. 베르테르를 다룬 창작물은 수도 없이 많지만 벌써 20년째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사랑받는 국내 뮤지컬도 놓치기 아쉬운 무대다.

지난 8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르테르’는 한 폭의 명화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꽃이 가득한 무대와 따뜻한 실내악 선율로 더욱 풍성해져 5년을 기다린 팬들에 화답했다. 엄기준과 카이, 유연석, 규현, 나현우가 베르테르의 애틋한 사랑을 다섯 가지 색깔로 표현했고 이지혜와 김예원이 순수한 롯데를 더욱 투명하고 발랄하게 그려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공감하게 되는 알베르트 역에도 이상현, 박은석의 따스한 카리스마가 제격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원작 다채롭게 표현…20년간 꾸준한 수정 작업

이들이 이어간 20주년의 명성은 베르테르의 사랑이라는 탄탄한 고전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다. 창작뮤지컬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매 시즌을 거듭하며 재창작과 수정을 반복하며 관객들과 소통해 온 덕분이다. 무대와 음악은 물론 베르테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저마다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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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CJ ENM 제공
2000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CJ ENM 제공
고선웅 대본, 정민선 작곡으로 2000년 가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에선 이성적이고 감정을 절제하는 베르테르가 그려졌다. 객석과 마주한 5인조 실내악단의 연주가 중심이 되는 가운데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듯 음악의 비중이 크게 다가갔다. 섬세한 매력을 선보인 서영주가 베르테르로, ‘오페라의 유령’ 국내 공연에서 첫 크리스틴으로 열연한 이혜경이 롯데를, 중저음으로 무게감을 더하는 김법래가 알베르트를 맡았다.

초연 다음해 열린 두 번째 시즌은 지금의 30곡이 넘는 ‘베르테르’ 넘버의 약 70%가 완성된 무대로 꼽힌다. 베르테르의 애절함이 담긴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이 이 때 만들어졌고, 베르테르와 롯데의 사랑과 우정도 초연보다 역동적이고 재기발랄하게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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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공연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조승우가 베르테르를 연기하는 모습. CJ ENM 제공
2002년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공연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조승우가 베르테르를 연기하는 모습.
CJ ENM 제공
2002년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로 무대를 옮긴 뒤 본격적으로 관객들과 더 가까워졌다. 엄기준과 조승우가 베르테르로 처음 무대에 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고, 대본과 연출에서도 지난 공연들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대폭 수정됐다.

●서영주·엄기준·조승우·민영기·송창의·박건형…화려한 ‘베르테르’ 계보

2003년 공연에선 베르테르가 롯데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순간을 봄으로 표현한 뒤 여름과 가을을 거쳐 죽음을 맞는 겨울로, 베르테르의 사랑을 사계절로 그리며 감정표현을 극대화한 베르테르가 만들어졌다. 극단 측에서 재정적인 상황을 이유로 재공연을 머뭇거리자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직접 모금을 해 공연을 살리기도 했다. 2007년에는 2000년 초연 멤버인 김광보 연출을 비롯해 서영주 베르테르, 이혜경 롯데 등이 다시 뭉쳐 새로움을 선물했다.
2006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모습. 베르테르를 연기한 민영기(왼쪽)은 이후 2010년에서 알베르트로도 무대에 선다.  CJ ENM 제공
2006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모습. 베르테르를 연기한 민영기(왼쪽)은 이후 2010년에서 알베르트로도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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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는 10주년을 맞은 2010년부터 1000여석 규모의 대형 무대에서 막을 올렸다. 송창의, 박건형이 베르테르로 노래했고 2006년 베르테르로 사랑을 받은 민영기는 알베르트로 무대에 섰다. 20년간 베르테르와 알베르트를 모두 연기한 유일한 배우다.

2012년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여덟 번째 시즌에서는 14인조 오케스트라로 매우 풍성한 음악이 전달됐다. 발하임의 숲을 그려낸 ‘자연’을 주제로 한 무대를 꾸미기 위해 8m에 달하는 고목나무를 배치하며 실감나게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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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선 롯데 역의 전미도(왼쪽)와 베르테르 역의 엄기준. CJ ENM 제공
2013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선 롯데 역의 전미도(왼쪽)와 베르테르 역의 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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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선 2003년 공연을 이끈 조광화 연출이 다시 무대를 맡아 베르테르의 감정 변화를 극적으로 다뤘다는 평을 받는다.

2015년 공연은 엄기준, 조승우, 규현과 전미도, 이지혜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욱 주목 받았다. 초연 때부터 여섯 차례 무대에 오른 오르카 역의 최나래와 카인즈의 순수함을 그려낸 김성철 등도 눈길을 끌었다. 15주년 공연을 기점으로 관객수를 30만명 돌파하기도 했다.
2015년 ‘베르테르’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조승우. CJ ENM 제공
2015년 ‘베르테르’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조승우.
CJ ENM 제공
5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난 20주년 ‘베르테르’는 해바라기와 금단의 꽃, 장미 등 다채로운 색의 꽃들로 인물들을 표현하며 더욱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려졌다. 베르테르와 롯데, 알베르트 등 각 인물들의 마음이 저마다 공감받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표현됐고, 마음을 울리는 넘버들이 애틋함을 더하게 했다.

사랑이라는 불변의 가치를 소중하게 다뤄내는 한 작품이 20년간 꾸준히 고민하고 소통하며 발전해 왔다는 것은 뮤지컬 팬들에게도 소중한 선물로 여겨질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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