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연 이후 꾸준히 수정 작업거쳐 발전
20주년 공연 새달 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20주년 뮤지컬 ‘베르테르’ 속 한 장면. 롯데 역의 이지혜(왼쪽)와 베르테르 역의 카이가 애틋한 사랑과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CJ ENM 제공
CJ ENM 제공
지난 8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르테르’는 한 폭의 명화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꽃이 가득한 무대와 따뜻한 실내악 선율로 더욱 풍성해져 5년을 기다린 팬들에 화답했다. 엄기준과 카이, 유연석, 규현, 나현우가 베르테르의 애틋한 사랑을 다섯 가지 색깔로 표현했고 이지혜와 김예원이 순수한 롯데를 더욱 투명하고 발랄하게 그려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공감하게 되는 알베르트 역에도 이상현, 박은석의 따스한 카리스마가 제격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원작 다채롭게 표현…20년간 꾸준한 수정 작업
이들이 이어간 20주년의 명성은 베르테르의 사랑이라는 탄탄한 고전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다. 창작뮤지컬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매 시즌을 거듭하며 재창작과 수정을 반복하며 관객들과 소통해 온 덕분이다. 무대와 음악은 물론 베르테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저마다 달랐다.
2000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CJ ENM 제공
CJ ENM 제공
초연 다음해 열린 두 번째 시즌은 지금의 30곡이 넘는 ‘베르테르’ 넘버의 약 70%가 완성된 무대로 꼽힌다. 베르테르의 애절함이 담긴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이 이 때 만들어졌고, 베르테르와 롯데의 사랑과 우정도 초연보다 역동적이고 재기발랄하게 표현됐다.
2002년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공연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조승우가 베르테르를 연기하는 모습.
CJ ENM 제공
CJ ENM 제공
●서영주·엄기준·조승우·민영기·송창의·박건형…화려한 ‘베르테르’ 계보
2003년 공연에선 베르테르가 롯데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순간을 봄으로 표현한 뒤 여름과 가을을 거쳐 죽음을 맞는 겨울로, 베르테르의 사랑을 사계절로 그리며 감정표현을 극대화한 베르테르가 만들어졌다. 극단 측에서 재정적인 상황을 이유로 재공연을 머뭇거리자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직접 모금을 해 공연을 살리기도 했다. 2007년에는 2000년 초연 멤버인 김광보 연출을 비롯해 서영주 베르테르, 이혜경 롯데 등이 다시 뭉쳐 새로움을 선물했다.
2006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모습. 베르테르를 연기한 민영기(왼쪽)은 이후 2010년에서 알베르트로도 무대에 선다.
CJ ENM 제공
CJ ENM 제공
2012년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여덟 번째 시즌에서는 14인조 오케스트라로 매우 풍성한 음악이 전달됐다. 발하임의 숲을 그려낸 ‘자연’을 주제로 한 무대를 꾸미기 위해 8m에 달하는 고목나무를 배치하며 실감나게 꾸렸다.
2013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선 롯데 역의 전미도(왼쪽)와 베르테르 역의 엄기준.
CJ ENM 제공
CJ ENM 제공
2015년 공연은 엄기준, 조승우, 규현과 전미도, 이지혜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욱 주목 받았다. 초연 때부터 여섯 차례 무대에 오른 오르카 역의 최나래와 카인즈의 순수함을 그려낸 김성철 등도 눈길을 끌었다. 15주년 공연을 기점으로 관객수를 30만명 돌파하기도 했다.
2015년 ‘베르테르’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조승우.
CJ ENM 제공
CJ ENM 제공
사랑이라는 불변의 가치를 소중하게 다뤄내는 한 작품이 20년간 꾸준히 고민하고 소통하며 발전해 왔다는 것은 뮤지컬 팬들에게도 소중한 선물로 여겨질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