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의 거래 그 끝은… 록 음악으로 만나는 태초의 질문

악마와의 거래 그 끝은… 록 음악으로 만나는 태초의 질문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4-02-27 00:56
수정 2024-02-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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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빌: 파우스트’는 X자형 계단이 선악의 끊임없는 교차를 보여준다. PAGE1·알앤디웍스 제공
‘더데빌: 파우스트’는 X자형 계단이 선악의 끊임없는 교차를 보여준다. PAGE1·알앤디웍스 제공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무 자르듯 양분할 수 없으면서도 인간은 아주 오래도록 이 질문 앞에 근원적인 고민을 이어왔다. 문명과 과학, 이성의 발달로 인간의 지성이 최고점에 다다른 이 시대에도 선악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고 유효하다.

이런 어려운 소재를 관객들이 즐거우려고 보는 공연에서 꺼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창작 뮤지컬 ‘더데빌: 파우스트’는 그럼에도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며 관객들에게 선악의 문제를 마주하게 한다.

‘더데빌: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작품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2014년 초연 당시부터 계속 ‘더데빌’이었다가 지난해 세계관을 확장한 ‘더데빌: 에덴’이 무대에 오르면서 원제목에 파우스트를 추가했다. 신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하는 원작의 설정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심장과도 같은 월 스트리트로 옮겨와 동시대 관객들이 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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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뮤지컬 작품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화려한 조명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PAGE1·알앤디웍스 제공
다른 뮤지컬 작품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화려한 조명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PAGE1·알앤디웍스 제공
존 파우스트는 전도유망한 월 스트리트의 주식 브로커다. 선한 의지로 살던 그는 주가가 대폭락하는 블랙 먼데이 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내몰린다. 연인인 그레첸이 신이 시련을 주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 위로하지만 그는 자신이 신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악을 상징하는 X-Black이 등장해 거래를 제안하고 그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순수하고 선했던 인간이 타락해가는 모습은 그저 작품 속의 설정이 아니라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삶도 주시고 고통도 주시냐”는 절망과 그로 인한 원망은 고통에 빠진 누구나 던져봤을 질문이기도 하다. 악은 끝내 파멸할지라도 중간중간 의외로 달콤한 열매를 주는 법이라서 존 파우스트 역시 X-Black과의 거래 이후 달콤한 성공을 맛보게 된다. 그레첸과 선을 상징하는 X-White가 애써봐도 결국 밤이 오듯 어둠이 빛을 삼킨다.

선악이 한 인간의 내면에 복잡하게 공존하는 것처럼 ‘더데빌: 파우스트’는 익숙한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 대신 선악의 끊임없는 교차 속에 다양한 장치를 통해 고뇌하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낸다. X자형 계단, 화려한 조명, 강렬한 록 음악 등은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기존 뮤지컬과 비교하면 대단히 실험적이지만 그 실험성이 관객들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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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빌: 파우스트’는 어려운 주제인 선악의 문제를 관객들 앞에 과감히 꺼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PAGE1·알앤디웍스 제공
‘더데빌: 파우스트’는 어려운 주제인 선악의 문제를 관객들 앞에 과감히 꺼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PAGE1·알앤디웍스 제공
선악은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마저도 피할 수 없던, 인간 앞에 던져진 아주 오래된 질문이다. 이토록 깊은 사유가 필요한 문제를 무대 위에 선명하게 구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남다르다. 새로움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일정한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더데빌: 파우스트’는 도발적이면서도 대중성과 작품성까지 두루 확보하며 한국 뮤지컬계의 지평을 넓히는 작품으로 손꼽을만하다.

마치 유명 록가수의 콘서트처럼 기존 뮤지컬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무대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된다. 배우들이 깊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요소다.



3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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