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건 유서 속 ‘소통적 자살’

405건 유서 속 ‘소통적 자살’

입력 2010-05-22 00:00
수정 2010-05-2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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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차악의 선택】 박형민 지음 이학사 펴냄

대통령을 지낸 이도, 국민배우라 불리던 이와 그 동생도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 자살을 꾀했다거나, 일가족이 함께 삶을 포기했다는 등의 소식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사변적이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에 근거한 논의는 하지 않은 채 그들의 죽음을 ‘사회문제’로 규정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안을 찾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은가. ‘자살, 차악의 선택’(박형민 지음, 이학사 펴냄)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그들은 홀로 죽음을 결심한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최악’(最惡)이라 여겨지는 고달픈 삶을 극복하기 위해, 또 자신의 상황을 남과 공유하기 위해 ‘차악(次惡)의 선택’을 내린 것”이라며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고 들으려 하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와 마주해야 그들에게 죽음이 아닌, 다른 선택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사용한 방법이 유서 분석이다.

저자는 405건에 달하는 유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들 간에 일관된 흐름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 ‘소통적 자살’이란 개념을 이끌어낸다. 이는 죽음을 선택한 이가 자신의 문제와 삶에 대해 되짚은 뒤 평가를 내리는 ‘성찰성’, 성찰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메시지’, 그리고 메시지를 전할 대상이 분명히 존재하는 ‘타자 지향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저자는 “자살의 성찰성과 소통 지향성을 인식한다면, 그들을 죽음 앞에서 발견하고 도울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0-05-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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