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르네상스 꿈’의 유산들

‘20세기 르네상스 꿈’의 유산들

입력 2013-03-30 00:00
수정 2013-03-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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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 ; 언덕 위 수도원] 니콜라스 판 지음/컬처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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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튀리에 신부가 건축가 모리스 노바리니와 손잡고 만든 아시 성당 내부. 공산당원이었던 미술가를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여자 조각가 제르멘 리시에가 만든 십자가상은 예수의 얼굴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형태를 띠고 있어 큰 파문을 불러왔다.  컬처북스 제공
쿠튀리에 신부가 건축가 모리스 노바리니와 손잡고 만든 아시 성당 내부. 공산당원이었던 미술가를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여자 조각가 제르멘 리시에가 만든 십자가상은 예수의 얼굴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형태를 띠고 있어 큰 파문을 불러왔다.
컬처북스 제공
현대 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말년 걸작 라 투레트 수도원 얘기라길래 처음엔 건축 얘기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유럽 가톨릭 문화와 도미니코 수도회의 신부 알랭 쿠튀리에(1867~1954) 얘기다. ‘르 코르뷔지에; 언덕 위 수도원’(니콜라스 판 지음, 허유영 옮김, 컬처북스 펴냄)은 르 코르뷔지에의 라 투레트 수도원과 롱샹 성당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시 성당, 마티스 성당 얘기까지 다룬다. 이런 접근이 가능했던 것은 두 가지가 뒷받침돼서다. 하나는 저자가 사진작가인 데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여서 성당 측의 초청으로 오래 머물며 수도사들과 교류하면서 자유롭게 사진도 촬영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라 투레트 성당에 대한 남다른 감회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천주교 신자인 저자에게 유럽에서 성당을 만난다는 것은 “자애로운 성모 마리아상, 십자가 위의 예수, 하늘의 뭇별만큼이나 많은 성인과 성녀들”을 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전율에 압도”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라 투레트 성당은 바깥에서 얼핏 보기에 기숙사나 사무용 건물로 보일 만큼 딱딱하기 그지없는 노출 콘크리트 덩어리로 누구 말마따나 “중증 정신병자를 수용”하는 게 더 잘 어울리거나 “기도할 꼬딱지만 한 동상 하나 없”어 괴로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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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투레트 수도원의 제대. 가운데 기둥에 있는 것은 성모마리아상. 전통 가톨릭 제대와 너무 다른 공간이라 신자들 가운데는 당혹해하는 이들도 있다. 컬처북스 제공
라 투레트 수도원의 제대. 가운데 기둥에 있는 것은 성모마리아상. 전통 가톨릭 제대와 너무 다른 공간이라 신자들 가운데는 당혹해하는 이들도 있다.
컬처북스 제공
그런 저자로 하여금 라 투레트 수도원 구석구석을 촬영하게 하고, 또 롱샹, 아시, 마티스 등 다른 성당들을 탐험하도록 만든 계기는 르 코르뷔지에의 유언. 일흔여덟의 나이로 수영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현대 건축계 거장의 마지막길을 프랑스는 국장으로 치렀는데, 공개된 그의 유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장례 전 시신을 라 투레트 수도원에 하룻밤 안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그 시절엔 위험하게도 공공연히 자신이 무신론자임(교회의 가장 큰 적은 이슬람신자가 아니라 무신론자다)을 얘기하고 다녔고, 그래서 수도원 측에서 아무리 자기네 건물을 지어준 사람이라 해도 죽음에 대한 어떤 의식도 치러주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숭앙하는 진보적 현대 건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독기 어린 온갖 논쟁을 서슴지 않았으며, 건축 제안을 받았을 때 독실한 천주교 신자 건축가를 찾지 왜 날 찾았느냐며 단호하고도 매몰차게 거절했던 그가 대체 왜?

쿠튀리에 신부가 친구이자 화가인 앙리 마티스와 손잡고 만든 방스 지역 수녀회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 당시엔 이단 취급당했지만, 지금은 마티스 성당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컬처북스 제공
쿠튀리에 신부가 친구이자 화가인 앙리 마티스와 손잡고 만든 방스 지역 수녀회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 당시엔 이단 취급당했지만, 지금은 마티스 성당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컬처북스 제공
거기엔 천주교의 현대화를 꿈꿨던 알랭 쿠튀리에 신부가 있었다. 그 스스로가 젊은 시절 화가를 꿈꾸기도 했던 쿠튀리에 신부는 1·2차 세계대전으로 망가진 수도원과 성당들을 새로 짓거나 고치면서 20세기 르네상스를 꿈꿨다. 성당을 새로 갖춘다면서 아무 감흥 없는 옛 방식을 고스란히 모방하느니 현대미술을 과감하게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그 작업이 성공적이라면 16세기 르네상스 못지않은 20세기 르네상스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신앙은 있으나 재능이 없는 건축가” 대신 “신앙은 없지만 천재적 재능을 가진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이 “르네상스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 역설했다. 그래서 전통 가톨릭 사제와 신자라면 그 어느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프로젝트들을 벌였다.

저자는 “쿠튀리에 신부가 없었더라면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르 코르뷔지에가 스스로 ‘빌어먹을 단체’라고 욕한 수도회를 위해 수도원을 설계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를 두고 “어느 시대에나 천리마와 그것을 알아보는 백락이 있는 법”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역시 돈주머니만 두둑하다고 걸작이 나오는 게 아니다. 1963년 가톨릭의 현대화를 선언한 바티칸공의회와 맞물려 들어가는 부분은 요즘 새로 선출된 교황에 대한 이런저런 기대와 우려에 비춰보면 재밌게 읽힌다. 라 투레트 수도원을 흠모해서 7번이나 방문했다는 건축가 승효상이 르 코르뷔지에의 기록을 들고 원문과 번역본을 꼼꼼히 읽고 감수했다. 2만 8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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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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