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하나뿐인 거인 막스 막시무스는 조심할 것 투성이다. 아빠의 복사뼈에 겨우 닿는 앙증맞은 딸 미니 마리아를 밟지 않도록 해야 하고, 마을에 지진이라도 날까 힘껏 내달릴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좋아한다. 가물면 구름을 쥐어짜 비를 뿌려주고 흐리면 구름을 불어 맑은 날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늘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는 미니 마리아의 소원은 바다 여행. 하지만 비를 만드는 일로는 여행비를 댈 수도, 호텔에서 묵을 수도 없다. 대신 아빠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 먼바다 배 안에는 비스킷으로 만든 말과 초콜릿으로 만든 기수가 타고 있다고. 미니 마리아의 갈색 눈동자가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다.
가끔 막스는 ‘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하고 의문을 품어본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 앞에선 걱정거리도 아니다. 단 하나 고민이 있다면, 땀을 흘리지 못한다는 것. 일한 뒤 땀을 흘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뭔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해낸 것만 같다. 하지만 힘이 세고 구름 속에서 일하는 막스는 땀을 흘릴 일이 없다. 아빠의 고민을 눈치 챈 영리한 딸은 수영복을 입고 아빠 앞에 나타난다. 바다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속셈일까.
멕시코 저명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후안 비요르가 딸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거인’은 세상 모든 아버지들을 위한 설정이다. 아이를 위험에서 건져내고 아픔에서 치유하고 바라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고 싶은 게 아버지들이다. 하지만 그 마음의 크기와 간절함 만큼, 완벽한 보호막이 되어줄 순 없다. 스스로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고개를 떨구는 아버지들에게 딸은 영민한 계획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가치는 불변함을 일러준다. 환상적이고 깊은 울림을 주는 남미 문학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동화다. 4세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5-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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