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드는 클래식 클래식을 흔드는 지휘자 그 뒤 ‘보이지 않는 손’

마음을 흔드는 클래식 클래식을 흔드는 지휘자 그 뒤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14-06-28 00:00
수정 2014-06-28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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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신화/노먼 레브레히트 지음/김재용 옮김/펜타그램/824쪽/2만 8000원

영국 음악학자 한스 켈러는 “지휘자는 본질적으로 불필요한 존재”라고 했다. 음악은 그저 들으면 되는 것이지 지휘자의 행동이나 얼굴을 보다가는 음악적으로 어리석은 경지에 도달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베를린필하모닉에서 플루트 수석을 맡았던 제임스 골웨이는 “빛나는 명인이라고 불리는 지휘자들이 지나치게 많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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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지휘자가 등장한 뒤 140여년간 수많은 지휘자가 탄생해 스타가 되고, 영웅이었다가 쇠락했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에게는 히틀러의 생일 축하 공연을 지휘(왼쪽 사진)하는 등 나치에 동조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훗날 ‘그럼으로써’ 독일 음악을 지켰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펜타그램 제공
직업 지휘자가 등장한 뒤 140여년간 수많은 지휘자가 탄생해 스타가 되고, 영웅이었다가 쇠락했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에게는 히틀러의 생일 축하 공연을 지휘(왼쪽 사진)하는 등 나치에 동조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훗날 ‘그럼으로써’ 독일 음악을 지켰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펜타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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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번스타인은 1950~70년대 클래식의 중심축을 유럽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동시키면서 ‘뉴욕의 상징’으로 추앙받는다. 펜타그램 제공
레너드 번스타인은 1950~70년대 클래식의 중심축을 유럽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동시키면서 ‘뉴욕의 상징’으로 추앙받는다.
펜타그램 제공
반면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였던 아르투르 니키슈는 “그가 방으로 들어오기만 해도 오케스트라 소리가 더 좋아진다”는 극찬을 받았고, 영국 버밍엄 오케스트라는 사이먼 래틀로 인해 도시의 자랑거리가 됐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러시아 키로프 오페라(현 마린스키 극장)의 총예술감독이 되자 서유럽으로 빠져나가던 스타 오페라 가수들은 발길을 돌렸고, 키로프의 명성이 되살아났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좋은 얘깃거리이자 논쟁의 대상이 된다. 지휘자가 갖춰야 할 능력이 더 좋은 소리를 찾는 예민한 귀인지 연주자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인지에 대한 것부터 팔을 휘젓는 것만으로 오케스트라 전 단원의 수입과 맞먹는 수익을 챙기는 게 사리에 맞는지, ‘상임지휘자’라면서 정작 대외 연주 활동이 더 많은 것이 온당한지 등 소재는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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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자본을 결합시킨 독일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래식과 자본을 결합시킨 독일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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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과 손가락을 이용한 지휘 테크닉을 정착시킨 아르투르 니키슈.
손목과 손가락을 이용한 지휘 테크닉을 정착시킨 아르투르 니키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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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거장 신화’는 그 논쟁을 관통한다. 영국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쓴 ‘마에스트로 미스’(The Maestro Myth, 1991·2001)의 번역본으로, 저자는 이 책을 두고 “살아 있는 예술의 역사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해 부고를 알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한다. 전문 지휘자의 탄생과 성장을 거쳐 그들이 대형 매니지먼트에게 휘둘리고 음악의 본령 대신 부와 권력을 추구하며 쇠락해가는 140여년 역사를 촘촘히 살핀다.

19세기 중반까지 지휘는 작곡가의 몫이었다. 그러나 정신상태가 불안하거나(슈만), 늘 똑같거나(멘델스존), 다소 소극적(차이콥스키)이라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틈을 ‘날카로운 귀와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한스 폰 뷜로가 비집고 들어간다. 뷜로는 1865년 10월 독일 뮌헨에서 초연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휘하고 차이콥스키, 브람스와 작업하면서 작곡과 지휘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뷜로가 작곡가 의도의 전달자였다면, 니키슈와 한스 리히터는 남다른 작품 해석 능력으로 ‘주도적인 지휘자’의 자리를 굳혔다.

책은 교향곡의 시대를 열면서 지휘계의 관습을 창조한 구스타프 말러, 나치의 음악 선전 선봉에 선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음악과 자본을 결합해 기업 제국을 건설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며 엄청난 수입을 올린 ‘제트족’까지 세계적인 지휘자 40여명을 차근차근 짚어 내려오면서 그들을 실제로 지휘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지배자’ 로널드 윌포드 CAMI 회장까지 파고든다.

책의 부피감이 엄청나지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것이 미덕이다. 더불어 옮긴이가 해설을 충실히 덧대 이해도 쉽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6-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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