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담은 30여년 외교현장의 기록

‘한반도 평화’ 담은 30여년 외교현장의 기록

이경형 기자
입력 2016-10-14 17:40
수정 2016-10-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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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는 움직인다 - 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송민순 지음/창비/560쪽/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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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리 자오싱 외교부장이 직접 김계관에게 중국 측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김정일에게 건의했으나 ‘핵 관련 프로그램 포기’ 즉 핵무기와 관련 없는 핵 사업은 포기할 수 없다는 훈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략) ‘8·15민족대축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북한에서 김기남 비서와 임동욱 통일전선 부부장이 왔다. 이들은 우리 통일부 장관에게 “베이징에서 남측 송 단장이 미국의 힐과 가깝다고 미국 편만 들고 있다. 지침을 잘 줘서 보내기 바란다”고 했다. … 북한 대표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이 말을 또 꺼냈다. >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 당시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 회담의 한국 수석대표였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긴박했던 53일간의 협상 막전막후를 기술한 대목이다. 그가 최근 발간한 ‘빙하는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저서는 1976년 판문점 도끼사건,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4자· 6자 회담,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등 굵직한 외교적 이정표를 씨줄로 하고 경수로 제공, 군사작전권 회수, 소고기 협상 등 그때그때의 현안을 날줄로 하여 촘촘히 짠 외교 현장의 생생한 기록이다.

30여년간에 걸친 외교 공직을 마치고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기도 한 저자는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 ‘북핵과 남북정상회담’,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대북정책’, ‘핵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 등 총 14장으로 책을 구성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저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저자의 진정성이 행간에 수없이 묻어난다.

그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포기, 핵 사찰 수용, 경수로 제공 논의, 대북 에너지 지원, 북·미 및 북·일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동북아의 안보협력 방안 모색 등을 담은 ‘9·19공동성명’과 이를 이행할 시공계획서인 2007년 ‘2·13합의’야말로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지금도 유효한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이 핵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은 우리가 주도하고 주변국들이 힘을 보태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를 뒤덮은 빙하는 그동안 녹을 듯하다가 다시 얼어붙기를 반복해 왔다”면서 우리 내부의 집단적 지혜와 인내로 교류하고 접촉하면 빙하의 표면을 녹게 하고, 제도적 평화장치를 더하면 거대한 빙하의 밑바닥도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6-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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