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개와 늑대의 시간, 시를 읽습니다

[북마크] 개와 늑대의 시간, 시를 읽습니다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7-03-03 17:58
수정 2017-03-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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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환 문화부 기자
안동환 문화부 기자
도처에 저주와 증오의 말이 넘치고 있습니다. 온 나라가 편 가르기를 합니다. 찬박(박근혜)과 반박, 찬탄(탄핵)과 반탄.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물으며 적과 동지를 나눕니다. 우리는 마치 해 질 녘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그림자가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혼돈의 순간인 ‘개와 늑대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헬조선스러운 현실’에서 출구를 찾고 있는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 신간 ‘내 마음이 지옥일 때’(해냄)는 머리맡에 두고 틈틈이 복용해도 좋은 처방전이 될 듯합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심리 치유공간인 ‘이웃’을 운영하며, 마음이 지옥 같은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온 심리기획자 이명수씨의 통찰과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의 영감을 담아낸 책입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기력한 존재가 되는 상황으로부터, 깊은 고립감과 절망감 등이 만드는 ‘마음 지옥’은 누구나 살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명수씨는 “시리아나 아우슈비츠처럼 객관적 지옥도 있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수많은 주관적 지옥이 있다”고 말합니다.

책은 구원의 언어로 ‘시’(詩)를 지목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애독해 온 수천편의 시 중 82편을 골라 마음 지옥의 ‘탈출 지도’를 그려 냅니다.

왜 시에서 구원과 치유의 능력을 찾을까요. ‘내마음보고서’, ‘힐링Talk’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저자는 시의 임상실험 결과를 제시합니다. 한 예로,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매달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아이들의 생일 파티를 합니다. 그동안 60여명의 시인이 참여해 생일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시로 쓰고 함께 낭독했습니다. 가슴에 돌덩이 하나씩 품고 있는 부모들을 다독인 건 시였습니다. 그렇게 나온 시집이 ‘엄마, 나야’(난다)입니다. 시인 이문재는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부작용이 없는 천연 치유제’로 시를 꼽습니다. “억울할 때, 배신당했을 때, 외로울 때, 주눅 들 때, 우울할 때, 화가 날 때, 내가 나인 것이 견딜 수 없을 때 시를 마시자. 시를 꼭꼭 씹어 먹자.”

세상에 태어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했던 한마디 “엄마”, “보고 싶어”, “사랑해”, “네 탓이 아냐.” 사람을 살리는 모든 말들도 알고 보니 시였습니다.



ipsofacto@seoul.co.kr
2017-03-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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